[사설]엄습하는 실업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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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초 예상보다 실업 (失業) 의 규모와 증가속도가 크고 빠르다. 이대로 가면 실업문제는 경제문제의 차원을 넘어 개인과 가정, 더 나아가 사회를 파괴시켜 사회문제화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은 올 상반기중 실업률이 5.6%에 달해 지난 1월말 현재 93만명을 넘은 실업자 수가 1백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물론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 과 협의하면서 예측한 1%보다 낮은 마이너스1%로 떨어질 경우를 상정한 수치다.

현재 진행되는 경기악화의 폭과 깊이를 감안할 때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소비감소로 인한 생산감소와 투자위축이 다시 실업증가와 소득감소로 나타나 다시 수요를 위축시키는 디플레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중 산업생산이나 가동률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악화의 결과로 한달에 3천개가 훨씬 넘는 중소업체가 쓰러지고 있고 그곳에 고용된 많은 근로자가 실직하고 있다.

실업은 개인이나 가정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는 일이다.

사회적으로도 소중한 인적 자원의 엄청난 낭비를 가져오고 성장잠재력을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보장이야말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돼야 한다.

문제는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전에는 거시적으로 단기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거시적으로도 막대한 외채를 갚아 나가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뿐만 아니라 미시적으로도 기업의 수익성 위주 경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실업자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의 고용능력이 없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바로 견딜 수 없는 고금리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선 환율이 안정돼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고용보험과 지원금을 늘려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과 일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직업안정사업을 늘리는 일뿐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를 중심으로 거국적으로 실업문제에 대처하는 체제를 가동시키고 종교단체와 각종 사회단체도 공동체 유지 차원의 '실직자 지원운동' 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개념이고 실업대책의 근본은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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