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준시비 빨리 매듭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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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리인준 시비는 가부 (可否) 간 빨리 결론이 나야 한다.

새 정부는 출범했으나 새 내각을 구성하지 못해 일손을 놓고 있으니 이 위기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우리는 청와대 여야 총재회담에서 매듭이 완전히 풀리기를 기대했으나 '적법한' 처리에만 합의했을 뿐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새 정부가 미리부터 이런 식으로 야당과 성의를 가지고 대화를 하고 설득했다면 지금과 같은 국정공백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뒤늦게나마 야당총재와의 정례적인 만남과 '야당의원 안 빼가기' 등을 약속해 이 정도의 대화 분위기나마 복원시킨 건 다행이다.

이번 회담에서 국회가 인준안을 지금처럼 방치하지 않고 '적법처리' 에 합의했다고는 하나 처리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한나라당이 국회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무기명 비밀투표에 응한다면 통과되든, 부결되든 불씨는 없어진다.

그러나 백지투표니, 공개투표니 하는 식의 편법을 동원할 경우 비록 인준안이 부결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여당은 물론 국민들 역시 그같은 방식의 정치에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정국은 다시 '승복하라, 못한다' 는 시비가 지속되면서 표류할 것이다.

여당은 빨리 현재의 국정공백사태를 매듭짓겠다는 욕심에서 선례도 많은 총리서리 체제에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서리체제는 위헌시비가 걸려 있는 만큼 정국을 더 어려운 국면으로 몰아갈 위험이 크다.

서리체제는 오래 끌 수도 없으며 더구나 야당이 다수당인 현재의 구도에서는 행정부와 국회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국정에 갈등만 높인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밝혀 왔다.

한나라당이 김종필 (金鍾泌) 총리 인준동의안을 처리해주는 것이 순리며, 비록 반대를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줄 것을 촉구했다.

이 시점에서 역시 우리의 주장대로 법에 따른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결이 되면 야당이 승복을 하고, 부결이 된다면 다른 인물로 재지명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빨리 매듭을 지어야지 지금같이 나라가 표류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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