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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기회로 바꾸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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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참혹했던 피해 현장이 피땀 어린 복구 노력으로 1년 새 많이 수습됐지만 아직도 곳곳에 지진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대지진은 쓰촨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규모 8의 지진파가 3분간 쓰촨 일대를 뒤흔들면서 8만6633명이 희생됐다. 아직도 1만7921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미처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이 5335명이나 희생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수많은 이재민이 지금도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진의 충격파가 멎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지진 때 받은 충격으로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에게 ‘여진’은 진행형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못 이겨 자살하는 이들이 겪는 2차 피해는 물질적 재건 노력만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제대로 된 종교와 신앙생활에 대한 사회주의 정부 당국의 전향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생명과 재산 피해를 당했지만 중국 사회는 재난을 통해 소중하고 값진 것들을 적지 않게 얻었다. 그동안 둔감했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재해 예방에 관한 최초의 백서(중국 재해 감소 행동)도 펴냈다. ‘콩비지 공사(豆腐渣工程)’로 악명 높은 부실 시공의 관행을 추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귀속감도 강화됐다. 무엇보다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굳건해졌다는 사실에 중국인들은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재민들은 “개혁·개방으로 국가가 부강해지지 않았다면 지진 와중에 설령 살아남았더라도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진 복구 과정에서 두장옌(都江堰)시 정부는 자본주의적 토지제도 개혁 실험을 시도하고 있고, 도시 자체를 옮기기로 한 베이촨(北川)현은 농촌의 도시화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모두가 재난의 고통을 기회로 승화시키려는 노력들이다.

외부의 충격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중국의 면모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촉발되자 중국은 내수 확대를 통해 수출·내수·투자의 황금비율을 모색했다.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위안(元)화 국제화 실험도 시동을 걸었다.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확산 당시 혹독한 수업료를 낸 덕분에 6년 만에 발생한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사태에는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해 5월 지진 피해 복구의 최일선에서 다난흥방(多難興邦)이란 구호를 외치며 복구를 독려했었다. “많은 재난을 거치면서 민심을 결집시켜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말뜻 그대로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은 시련을 통해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장세정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