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식품회사 대리점, 경쟁사들 낚아채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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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부도 난 식품회사 대리점들의 대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본사의 부도에 불안해 하는 일부 대리점들은 스스로 경쟁회사로 투항하는가 하면, 일부 목 좋은 대리점들은 오히려 경쟁회사가 모셔 가려고 야단이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상대방 대리점을 끌어들여 시장 점유율을 높여 보려는 계산에서 대리점 인수에 사활을 거는 곳도 많다.

대리점 한 곳을 인수하면 매출을 월 수천만원쯤 늘리는 것은 간단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이동이 마무리되면 시장판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 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리점은 크라운제과.삼양식품.파스퇴르유업.해태제과 등 화의를 신청했거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곳. 삼양식품 우유대리점은 남양유업.매일유업.빙그레.롯데햄우유 등이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11명의 판매사원을 데리고 파스퇴르우유 대리점 (월 매출 5천만원) 을 운영하던 金모씨는 최근 남양유업으로 적을 옮겼다.

경북지역에서 삼양식품 우유대리점을 하면서 월 3천5백만원 매출을 올리던 李모씨도 남양유업에 합류했다.

남양유업은 이들에게 우유를 보관하는 쇼 케이스를 무료로 빌려주고 판촉물.판촉사원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달 들어 30여명의 다른 회사 대리점주들이 이적을 희망해와 상담을 벌이고 있다" 고 밝혔다.

빙그레는 삼양식품 라면 대리점 공략에 열심이다.

경쟁회사의 아이스크림 대리점을 차지하려는 싸움도 치열하다.

해태제과가 곤경에 빠져 영업이 주춤해지자 롯데제과가 빈틈을 차고 들었다.

해태의 시장점유율은 24%에서 20%로 떨어진 반면 롯데는 34%에서 38%로 높아져 해태제과 시장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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