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석의 Wine&] 소렌스탐, 그레그 노먼이 와인사업을 왜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8일 한국을 찾았다. 국내 골프 애호가 상대의 ‘자선 골프레슨’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72회 우승에 빛나는 소렌스탐은 지난해 은퇴 후 ‘안니카 아카데미’를 설립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흥미로운 건 골프와 함께 와인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소렌스탐은 1일 미 캘리포니아의 와인 명가 웬트와 공동으로 ‘안니카’ 와인을 선보였다. 웬트에서 만들지만 소렌스탐의 입맛에 맞춰 포도 품종을 배합했다. 그는 미 올랜도 자기 집에 700병 이상의 와인을 보관할 정도로 소문난 애호가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술은 프로 운동선수와 어울리지 않지만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다. 와인의 다양한 맛과 스토리를 사랑한다”고 털어놨다. 공교로운 건 과거 남성 대회인 PGA투어에 도전해 화제를 모은 소렌스탐이 와인 시장에서도 남성 골퍼들과 성(性) 대결을 펼치게 된 점이다. 아널드 파머, 그레그 노먼, 닉 팔도, 게리 플레이어 같은 전설의 노장에서부터 어니 엘스, 마이크 위어, 존 댈리, 데이비드 프로스트 등 쟁쟁한 현역들이 그 상대다.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와인을 내놓는 이들이다.

일류 골퍼들이 와인 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우선 와인 업계가 유명 골퍼를 통해 와인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려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호주산 ‘그레그 노먼 시라즈’(사진)의 레이블에는 이 나라 출신 노먼의 트레이드 마크인 백상어가 그려져 있다. 이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출시돼 호평을 받았다. ‘호주 와인=싸구려’라는 일부 인식을 불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어니 엘스 와인’ 역시 엘스의 모국인 남아공 와인의 명성과 이미지를 한 단계 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골퍼 중에 와인 애호가가 많은 것도 ‘골퍼 와인’이 늘어난 배경이다. 국내 대형 골프장만 봐도 그렇다. 어지간한 특급호텔보다 와인 판매량이 많다. 와인 업계에선 “새로 나온 고급 와인을 띄우려면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공략하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와인 업체 인사는 “경기가 가라앉아 골프장 와인 판매가 줄었지만 대기업 계열이나 회원권이 비싼 골프장은 선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판매액으로 와인 매출이 가장 큰 골프장은 삼성 계열의 안양 베네스트, 수량 기준으로 가장 많은 곳은 LG 계열의 곤지암CC가 꼽힌다. 프랑스 고급 와인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최고가 회원권을 자랑하는 남부CC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골퍼 와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 나라식품의 김지혜 대리는 “그레그 노먼 와인은 불경기에도 골프장 판매용 또는 골프 애호가 선물용으로 꾸준히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LG 트윈와인은 다음 달 말 ‘닉 팔도 와인’을 들여와 주로 골프장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