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격 논란 휩싸인 ‘기적의 항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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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글리벡 가격을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벌어졌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글리벡 값을 37.5% 이상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글리벡을 개발해 판매 중인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한국에서 글리벡 약가는 세계 30여 개국 중 최저 수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 공급되는 글리벡 가격은 100㎎ 한 정에 2만3044원.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7년 생존율’을 거의 ‘제로(0)’ 수준에서 86%까지 끌어올리면서 항암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신약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6월 시민단체가 보건복지가족부에 글리벡에 대한 약가 인하 조정신청을 접수하면서 글리벡 약가 논쟁이 시작됐다.

시민단체는 그해 9월 자료를 보완해 재신청했고, 건강보험공단이 노바티스와 6회에 걸쳐 약가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지난달 23일 첫 번째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열렸다. 그동안 신약 조정위원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건강보험 목록에 올라 있는 의약품에 대한 조정위원회 회부는 글리벡이 처음이다. 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이라도 건강보험 가입자의 요청에 의해 언제든지 값을 내릴 수 있는 첫 사례라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정위의 결정은 다음달 초 내려진다.

현재의 글리벡 가격은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 7개국과 우리나라 경제수준 차이를 고려한 이른바 ‘A7 조정평균가’다(표 참조). 그러나 시민단체는 선진 7개국이 아니라 한국과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대만의 글리벡 약가는 1만3768원이었다.

지난해부터 들쭉날쭉한 환율도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의 글리벡 약값은 대만보다 비싸다. 하지만 올 3월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대만(2만6480원)보다 싼 편이다. 복지부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기준환율을 시민단체의 조정신청 전달인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한다. 반면 노바티스는 ‘환율 변동폭이 심할 경우 가격조정에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현재 환율을 적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노바티스는 수억 달러에 달하는 연구개발 비용을 모두 회수했고, 글리벡이 처방되는 질병의 범위도 기존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글리벡 약가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돼 건강보험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해 반드시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 관계자는 “2001년부터 2년간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했고, 2005년 이후에는 환자 본인부담금 전액을 노바티스가 지불해 왔다”며 “글리벡은 내년 약가재평가를 앞두고 있고, 2013년 특허가 만료되면 약가는 자동으로 20%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단체의 요청에 의한 상시적인 약가조정은 명백한 다중적인 규제인 만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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