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아이 혼자 재우지 마세요…정서불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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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아이는 유치원을 갈 나이가 됐는데도 엄마와 떨어져 자려 하지 않으니 걱정이예요. 독립심을 키우려면 혼자 자야 할텐데…" 아이의 홀로서기를 가르치려는 부모들 가운데 이같은 걱정을 하거나 갖가지 방법을 동원, 반강제적으로 아이를 떼어놓으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중앙대 이원영 (유아교육과) 교수는 "원치 않는 아이를 강제로 떼어놓을 경우 정서가 불안정한 아이를 만들 수 있으므로 가급적 아이의 뜻에 따라주는 것이 좋다" 고 말한다.

조석희 한국개발원 영재교육팀장도 "아이가 어려움에 처해 힘과 용기를 얻어 자립하는 것은 사랑을 듬뿍 받아 가능한 것이지 혼자 재우기등 의도적인 독립심 고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교수는 아이를 사정상 혼자 재워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다른방에 혼자 재우더라도 일단은 아이가 잠들기 까지 같이 책을 읽거나 등을 어루만져 주는등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리라고 말한다.

또 중간에 깨서 울거나 천둥.번개가 쳐 아이가 불안해 한다면 항상 엄마 방에 와서 잘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좋다는 것. 부모나 다른 식구들은 밤늦도록 TV를 보면서 아이에게만 '이제 잘시간이 됐다' 고 제방으로 보내는 것은 아이를 소외감속에 빠뜨리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혼자 재우려 할 경우 평소에 "너는 이제 큰아이가 되니까…" 식으로 말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어느정도 기간을 둔 후 실행에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스스로 큰 아이 대접을 받고자 할 때 "아이와 함께 방을 꾸미거나 침대를 함께 구입해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라" 고 이교수는 들려준다.

그는 " '따로재우기 = 독립심 고양' 이라는 등식에 익숙했던 서양인들도 요즘 한국식 육아방식에 관심을 보여 점차 선회하고 있다" 고 전했다.

숙명여대 윤병희 (교육학과) 교수도 "연령에 차이가 있지만 아이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원할 때가 자연스럽게 오므로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고 조언한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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