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cover story] 가다 쉴 땐 - 고속도로 별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우와~ 이게 진짜 휴게소 음식 맞아? 어디를 가나 똑같은 메뉴에 비싸고 맛없는 음식, 그저 한끼를 '때우는' 곳으로만 여겨졌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 휴게소가 많아진 데다 불황이 겹치면서 각 휴게소들이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차별화한 음식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 2001년부터 도로공사에서 매년 주최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맛자랑 대회도 한몫 했다. 전국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모두 122개. 그 중 week&이 직접 뛰면서 고른 맛있는 휴게소 10곳을 살짝 공개한다.

글=노승옥.이진수 기자<niceguy@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맛도 하 ~ 이 서비스도 하 ~ 이

튀어야 산다!

'달리 갈 데 없으니 주는 대로 먹으라'던 시대는 지났다. 빼앗지 않으면 빼앗기는 경쟁시대. 고속도로 휴게소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방향은 역시 웰빙.

메밀 막국수, 도토리 사골탕, 콩으로 만든 돈가스, 인삼 호두과자 등 시중에서도 맛보기 힘든 메뉴들이 즐비하다. 포장 제품을 데우기만 하는 3분 메뉴가 아니다.

10시간 이상 우려낸 사골 육수, 일곱가지 약재를 섞어 자체 개발한 약두부 등 전문 맛집도 울고 갈 먹거리가 곳곳에 널렸다. 그렇다고 휴게소 대표 음식으로까지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아직 가장 잘 나가는 것은 역시 우동과 비빔밥. 신속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진부령 황태, 안동 간고등어, 지리산 흑돼지, 대천의 굴, 서산 어리굴젓 등 특산물도 적절히 이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종류도 수십가지. 택배 주문도 받는다. 일부러 먼 길 돌아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휴게소의 변신은 먹거리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볼거리.쉴거리로 손님들의 발길을 잡는다. 혈압 측정기, 안마기, 화장실의 파우더 룸은 더 이상 내세울 거리가 못된다. 무료 애완견 보관함에 동물원.새장 등을 둘러볼 수 있는가 하면 그럴 듯한 갤러리, 놀이터, 족구장, 바비큐장 등 즐기며 쉴 장소도 갖추어 놓았다. 주말이면 미니 공연을 하는 곳도 생겨났다. 어린이 날 등 특별한 날엔 이벤트도 풍성하다.

이젠 인상 찡그리던 휴게소의 기억은 잊어버리자.

고속도로 휴게소가 우리를 부른다.

*** "한 끼 때운다는 편견을 버려" 휴게소의 진화

1. 기흥휴게소(부산 방향) - 향천우동

면과 국물 원액을 공급받는 보통 휴게소와 달리 우동 면발과 국물을 직접 만든다. 가다랑어, 고등어, 정어리, 다시마 등 천연 재료로 만든 국물 맛이 일품.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화시켰다. 셀프 서비스가 아니라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다. 단골 고객이 많은 고속도로 유일의 수타식 우동. 향천우동정식 8000원.

2. 서산(서울 방향) 어리굴젓 백반

장거리 여행에 지쳐 밥맛이 없다면 한번 들러볼 만하다. 서산의 명물인 간월도 어리굴젓과 낙지젓을 밥에 넣고 시금치와 콩나물과 함께 슥슥 비벼 먹으면 달아났던 입맛이 다시 돌아오는 듯. 짭짤하고 매콤한 맛에 반해 밥공기를 두 그릇씩 비워내는 고객도 많다고.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휴게소 왼쪽 특산품 코너에서 구입도 가능. 6000원.

3. 대천휴게소(서울 방향) - 돌솥굴밥

굴을 삶은 물로 지은 밥 위에 어른 엄지만한 굴 12~15개 정도가 먹음직스럽게 얹혀 나온다. 콩나물.버섯.당근.도라지 등과 함께 깨소금 간장에 비벼 먹는다. 김에 싸 먹어도 별미. 여름에는 냉동굴, 겨울철에는 생굴을 쓴다. 2003년 휴게소 맛자랑 대회 동상 수상. 6000원.

4. 금강휴게소(서울.부산 방향) - 도리뱅뱅 정식

프라이팬 위에 피라미를 둥글게 빙빙 늘어놓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금강에서 직접 잡은 피라미를 기름에 두 번 튀긴 뒤 매콤한 양념장을 바르고 마늘, 고추, 깨 등으로 장식해 내놓는다. 비린내가 없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아 어린이들도 좋아한다고. 뼈째로 먹어 칼슘도 풍부. 후식 포함 1만원.

5. 함양휴게소(하남 방향) - 콩까스

즉석 두부요리 전문점을 운영 중인 함양휴게소에서 이달 초 출시한 웰빙 먹거리. 콩으로 만든 돈가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두부와 비지.검정콩.야채.전분 등을 섞은 반죽을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후 두유를 첨가한 소스를 부어 먹는다. 상황버섯.쑥.당귀 등으로 만든 약두부와 오곡밥도 함께 나온다. 5000원.

6. 칠곡휴게소(서울 방향) - 평양온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대접했다는 음식. 닭곰탕과 비슷하지만 생강.양파.청양고추 등을 넣어 매콤하고 담백하다. 녹두전.표고버섯.계란지단 등으로 모양을 냈다. 북한에서는 닭고기 대신 꿩고기로 만든다고. 옥류관 냉면과 함께 평양의 명물로 손꼽힌다. 공기밥.김치 포함 4500원.

7. 안동휴게소(대구방향) - 간고등어 백반

안동의 전통 별미인 간고등어를 전용 구이장치인 '어서기'에서 구워낸다. 위에서 가열하는 동안 아래로 기름기가 쏙 빠져서 훈제구이 비슷한 효과를 낸다. 휴게소 메뉴 부동의 1위인 비빔밥을 제쳤다. 6000원. 카스테라 맛과 커피 맛이 어울어진 하회탈 병과는 돌아오는 길에 선물용으로 좋을 듯. 8000원.

8. 단양휴게소(대구 방향) - 도토리 사골탕

사골과 양지.인삼.대추를 넣고 10시간 이상 푹 끓인 국물에 도토리로 만든 면을 넣었다. 담백한 사골 국물에서 쫄깃한 도토리 면발을 건져먹는 재미가 색다르다. 도토리는 휴게소 인근 봉평산(産).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찾는 관광객도 많다. 6000원.

9. 문막휴게소(강릉 방향) - 황태구이 정식

황태 덕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직접 가져온 황태를 배즙.양파 등으로 만든 소스에 하루 동안 숙성한 후 주문이 들어오면 그릴에 바로 구워낸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황태 머리로 우려낸 황태해장국도 딸려 나온다. 하루 300그릇 이상 팔린다는 문막휴게소의 대표 메뉴. 6000원.

10. 강릉휴게소(인천 방향) - 메밀묵사발

봉평 메밀로 만든 묵을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대접에 넣고 김.오이채 등을 얹은 뒤 배즙.무즙.양파즙 등을 숙성해 만든 육수를 부어서 먹는다. 냉면 육수처럼 새콤달콤하면서 시원하다. 2003년 휴게소 맛자랑 대회 동상 수상. 5000원.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봉평 멧돼지불고기도 놓치기 아까운 별미. 6000원.

<그래픽 크게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