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지금 '김대중 탐구중'…'통일대통령' 출현에 부담감 큰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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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6일은 북한 김정일 (金正日) 의 56회 생일이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북한이 내놓은 슬로건은 '강행군' .그야말로 총력태세다.

북한은 25일 출범하는 '김대중 (金大中) 정부' 의 대북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남전략의 새 틀을 짜고 있다.

그래서 올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최대명절인 김정일생일을 계기로 북한지도부의 움직임과 남북관계의 구도를 살펴본다.

“평양은 지금 DJ연구중.” 정부 관계자는 15일 북한 대남전략부서의 동정을 이같이 요약했다.

북한은 한국의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남정책의 방향 설정에 골몰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주변.인맥을 연구하고 신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른 처방책 강구에 부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이미 대선 직후부터 金당선자의 남북전략.구상을 집중 연구해왔다고 한다.

'통일전문 대통령' 의 등장에 대해 북한은 신중한 자세다.

관계당국자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북한정권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金당선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고 분석했다.

관영 언론을 통해 표출되는 북한의 반응은 관망쪽이다.

일단 金당선자에 대한 개인적 비난을 자제하고, 신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시하는 중이다.

올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반북 (反北) 대결' 정책을 '연북 (聯北) 화해' 정책으로 바꿔 통일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우리측에 슬쩍 내심을 비쳤다.

이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을 “사대적이고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증오의 대상” 이라고 비난한 95년 신년사설, “남조선당국은 북남관계를 해결할 의사가 없다” 는 97년 신년사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 이르다.

북한이 생존전략으로 삼는 '대미관계 개선을 통한 체제보장' 전략과 우리 신정부의 '남북한 주도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라는 국정과제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김대중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과 함께 ▶남북당사자 해결을 유도하기 위한 4자회담 재검토▶러.일을 포함한 다자간 동북아협의체 구성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은 이같은 정책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은 일단 당국간 대화는 지연시키면서 물밑 접촉을 통해 신정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한 당국자회담은 아무래도 신정부와 북한당국간의 접촉 라인이 설정되는 시점 이후로 늦춰질 것같다.

남북한 물밑 접촉이 가시화되면 남북기본합의서 이행문제가 주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정부는 기본합의서 체제이행과 이를 위한 특사교환이라는 해법을 이미 내놓았다.

기본합의서의 북측 산파였던 연형묵 (延亨默) 의 총리 재기용설, 남북경협의 선두주자였다가 좌천된 전 부총리 김달현 (金達玄) 의 부상설이 북측의 대응포석인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올해 남북한 당국간 물밑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경협 분위기도 나아질 전망이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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