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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이 편하다, 가격이 착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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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쌍용동 패션거리에 사람이 모이고 있다. 고객들은 “브랜드 매장이 많이 있어 좋고, 집에 있다가 가벼운 차림으로 들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조영회 기자

경제 위기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살아나야 벗어날 수 있다. 천안·아산에는 여러 특화거리 및 점포 밀집 지역이 있다. 그들의 현재는 어떻고, 또 걱정은 무엇이고,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애착을 갖고 귀 기울여야 한다.

 “소풍 가는 중학생 아들 반팔 티셔츠를 사러 나왔는데 아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있어 다행 이예요.” 지난 달 말 천안시 쌍용패션거리에서 만난 이민영(39·천안 신방동)씨. 낮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였지만 직접 차를 몰고 나왔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을 이용한 인터넷쇼핑이나 TV 홈쇼핑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지만 이씨처럼 ‘그래도 쇼핑은 눈으로 직접 보고 입어보며 구매해야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줄지 않고 있다. ‘발품을 팔아 여러 물건을 봐야 후회 없는 쇼핑이 된다’는 지론 역시 변치 않는다.

“천안에서 쇼핑할 만한 곳이 어디 있나요?” 외지에서 이사를 온 이웃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천안은 쇼핑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매장이 다양하지 않아 서울이나 수원·평택 등 수도권까지 원정 가서 쇼핑하는 사람도 많다. 10여 년 전 활기 있던 천안역 주변 구도심은 낙후일로를 걸으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천안 시민들은 주로 신부동 야우리백화점 근처에서 쇼핑을 한다. 이곳에선 쇼핑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문화생활과 식사까지 할 수 있어 가족·친구·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쇼핑 천국’ 쌍용패션거리=천안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보면 신부동 못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쌍용패션거리’. 지난해 1월 천안 특화거리로 지정된 쌍용패션거리는 쌍용대로를 끼고 양쪽에 200여m 가량 조성돼 있다. 이 곳에는 크고 작은 80개의 점포가 들어섰다. 종류도 남성복·여성복·스포츠·캐주얼·아웃도어 등으로 다양하다. 웬만한 쇼핑몰이나 중형 백화점 못지 않다. 상설할인매장에선 정상매장보다 30~5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K·SWISS 배현진(27·여) 매니저는 “갑자기 더워져 반팔 티셔츠를 찾는 고객이 늘었지만 불황 때문인지 가격이 저렴한 옷이 주로 나간다”고 말했다. 불황일수록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불황인 의류시장에서 등산복 매출은 20% 가량 늘었다고 한다. 쌍용패션거리의 다른 등산복 매장들도 마찬가지다. 노스페이스·콜롬비아·K2 등 유명 등산복 매장의 매출은 예전보다 10~30% 가량 증가했다. 쌍용패션거리를 자주 이용한다는 박진경(42·여·쌍용동)씨는 “집에서 가까워 걸어서 이용하기 좋다”며 “최근 등산복 매장이 늘어 여러 매장을 둘러보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가까운 곳에 사는 고객부터 차를 타고 와야 하는 아산시민도 쌍용패션거리를 많이 찾는다. 베이직하우스 이상민(30) 점장은 “아산 쪽에서도 많은 손님들이 오는데 구매력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산에 사는 안숙(50·여·배방읍)씨는 “아산에는 쇼핑할 곳이 많지 않고 신부동은 복잡해 쌍용패션거리를 종종 이용한다”며 “패션거리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만국기가 펄럭이는 것 외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며 아쉬워했다.

천안시는 지난해 12월 1억5000만원을 들여 쌍용패션거리에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경관조명은 기존 가로등 시설을 활용, 비용을 절감하고 가로등 몸체에 조명효과가 나타나도록 했다. 경관조명은 의자모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쌍용패션거리에 18주를 조성했다. 경관 조명 설치로 밤에는 거리가 젊고 밝아져 시민들의 발길이 예전보다 가벼워졌다.

쌍용패션거리 상가번영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유선(42) 프로스펙스 사장은 “경관조명을 먼저 설치했고 조형물과 특화거리에 맞는 보도블록 교체도 계획 중”이라며 “경관조명은 3~5가지 색으로 바뀌고 시민들이 야간보행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가로등처럼 밝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 하반기에는 연예인 초청을 계획하는 등 고객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해 패션거리를 알릴 예정”이라고 했다.

◆즐길거리 부족 ‘아쉬움’=쌍용패션거리는 학생이나 20대보다 30~50대의 이용이 많다. 20대를 겨냥한 청바지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도 있지만 다른 먹거리·놀거리와의 연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진희(25·여·쌍용동)씨는 “집에서 쌍용패션거리가 가깝지만 놀거리가 없어 신부동을 찾게 된다”며 “패션특화거리답게 패션을 한눈에 알 수 있거나 서울의 패션거리처럼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쇼핑객에게 주차문제는 볼거리·즐길거리 만큼 중요하다. 주차시설이 잘 돼 있어야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쌍용패션거리의 단점 중 하나가 주차공간 부족이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로데오 의류타운 내 주차공간을 이용한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 쌍용패션거리 상가번영회는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번영회는 주차문제만 해결된다면 쌍용패션거리가 서울의 문정동 로데오거리처럼 ‘제대로 된 쇼핑거리’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백경미 인턴기자

◆특화거리=천안시가 2004년 도심상권 활성화를 위해 가구·패션·휴대전화 등 밀집지역 5곳을 특화거리로 지정했다. 천안에는 ▶성정동 봉정로 ‘가구웨딩 특화거리’ ▶쌍용동 쌍용대로 ‘쌍용패션거리’ ▶성황동 ‘휴대폰 특화거리’ ▶다가동 ‘공구상가 거리’ ▶병천면 ‘병천순대거리’ 등 5곳이 특화거리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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