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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하 우리풍물]5.여수 오동도 동백…그리움에 붉게 멍든 女心의 낙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제주도에서 시작한 봄의 화신이 다도해의 섬을 징검다리 삼아 뭍으로 스멀스멀 건너온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지나간 남도의 끝자락. 동백이 제일 먼저 수줍음을 머금은 채 진홍빛을 토해내고 있다.

남녘에는 벌써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들판에 파릇파릇 돋은 보리싹과 봄의 전령 동백은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전해준다.

여수의 상징은 오동도, 오동도의 상징은 동백이다.

3만7천여평의 자그마한 섬 오동도에는 동백과 시누대등 1백93종에 달하는 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섬전체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산책로는 연인들의 호젓한 데이트코스로 적격이다.

동백이 군락을 이룬 오동도의 호젓한 '전설의 길' 을 걷노라면 바닷바람에 시누대 (대나무과에 속하는 대의 일종. 해변이나 촌락부근에 핀다)가 서걱서걱 울어댄다.

동백꽃 잎을 물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동박새. 다도해의 섬사이로 하얀 물줄기를 뿜으며 달리는 유람선. 이른 봄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은 상춘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올 겨울 동백은 예년에 비해 한달정도 빨리 개화됐습니다.

지난해 11월말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동백꽃은 이번 주말부터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고 오동도관리사무소 (0662 - 62 - 4395) 정학근소장은 말한다.

차나무과에 속한 동백은 차매화 (茶梅花) 또는 해홍화 (海紅花) 라 불렸다.

늦가을에 여무는 열매를 짜서 만든 동백기름은 여인네들이 머리를 단장할 때 사용했다.

쪽진 머리를 참빗으로 곱게 빗은 다음 동백기름을 살짝 바르면 은은한 향내가 풍기고 아름다운 모습에 뭇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 건너집 숫처녀 다 놀아난다.

…' '강원도아리랑' 에 나오는 노래의 한구절로 여인들의 머리단장에 쓰이는 동백을 은근히 시샘하는 내용이다.

뒤마의 소설 '춘희 (椿姬)' 에도 여주인공 마르그리트가 늘 흰 동백과 붉은 동백을 달고 다녔다고 씌어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백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나무임에 틀림없다.

동백은 한국이 세계적인 자생지. 시선 (詩仙) 이태백은 '동백중 최고는 신라에서 난다' 고 노래했다.

동백은 난대성 상록 활엽수로 제주를 비롯한 남부 도서지방과 울산.울릉도.변산반도.강화도.대청도까지 서식한다.

특히 해안가 근처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동백이 피는 곳은 풍광이 뛰어나다.

여수 오동도외에 고창 선운사 (184호).강진 백련사 (151호).대청도 (66호).서천 마량리 (169호).거제 학동 (233호) 동백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절경을 이루고 있다.

“오동도의 동백을 감상하려면 산책로만 따라 걷지말고 바닷가로 내려가 보는 것이 진짜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고 정소장은 말한다.

봄이 찾아온 남녘의 땅 오동도. 이곳을 찾은 여인들의 치마자락을 휘감으며 스치는 한줄기 바닷바람에 봄의 교향악이 실려온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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