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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보다 금융위기 여파가 더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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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쓰촨(四川)성 최대 도시인 청두(成都)는 ‘하늘의 나라’라는 뜻의 천부지국(天府之國)으로 불린다. 예부터 물산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1년 전 발생한 대지진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원지인 원촨(汶川)현에서 60여㎞ 떨어진 청두는 당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진 이후 청두는 적잖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우선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청두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이 유비를 도와 건설한 촉(蜀)나라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여서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제갈량을 기리는 사당인 우허우츠(武侯祠), 당나라 시인 두보가 살았던 두보초당(杜甫草堂)에는 지진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기원전 256년에 축조된 수리 관개시설인 두장옌(都江堰)으로 유명한 두장옌시도 관광객이 줄어 도시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은 늘 관광객이 북적였던 곳이다. 중국 도교의 발원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칭청산(靑城山)의 고대 건축물도 지진으로 많이 파손됐다.

지난해 9월 불어닥친 금융위기도 청두 경제에 큰 타격을 안겼다. 렌터카를 운전하는 진자오밍(晋兆明·35)은 “규모 8의 대지진보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현실적으로 더 무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에 비해 렌터카 손님이 50∼60%나 줄어 세 식구가 먹고 살기 빠듯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교육비도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9일 청두 시내 중심의 팍슨(百盛)백화점은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매장 관계자들은 “지난해만 해도 발 디딜 틈이 없기로 유명한 이곳의 소비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만난 양(楊·40·여)은 “지진 이후에도 ㎡당 6000위안을 호가하던 시내 아파트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엔 4000∼4500위안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몐양(綿陽) 시내에서 만난 자영업자 쉬(徐·35·여)는 “지진 구조 활동이 활발하던 지난해엔 전국에서 몰려온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로 장사가 잘됐는데 금융위기 이후엔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청두·몐양=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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