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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10 ~ 11월께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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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료 보건복지가족부가 8일 확정한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각종 의료제도 규제를 완화하고 ▶양·한방 협진 등 새로운 의료 시장을 육성하며 ▶의료분쟁조정제도를 마련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병원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것들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의 핵심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10월 이후 결정키로 했다. 복지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여부는 과잉 기대와 과잉 우려라는 양극단의 목소리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자료를 근거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 연구 용역 결과와 찬반 양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10~11월께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학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결국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논의를 시작한 이래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시간만 끌게 됐다.

다만 비영리 법인에 의료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등 병원의 자금 조달에 일부 숨통을 틔워 줄 방침이다. “시설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고금리 부채를 줄일 수 있도록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해 달라”는 병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이 대통령, 박영순 디자인총연합회장. 오종택 기자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김주영 사무관은 “병원협회 조사 결과 500여 곳 중 70여 곳이 채권 발행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문제는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만큼 경영 상태가 견실한 병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채권을 발행하려면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하고 외부 감사도 받아야 한다. 이런 병원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문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일부에선 ‘결국 대형 병원만 혜택을 입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비친다. 인천사랑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일단 법으로 채권 발행 길을 터놓으면 세부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며 “개별 병원이 채권을 발행하는 대신 기금을 만들어 병원들에 지급보증을 해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신현호 변호사는 “일부 병원은 채권 발행으로 자본 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결국 병원 간 빈익빈부익부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12월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법인이 마케팅이나 인사·구매와 같은 의료 이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MSO의 자본 조달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법인 간 합병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이때 함께 마련한다. 현행 의료법엔 의료법인 간 합병 규정이 없어 경영 상태가 아무리 나빠도 파산할 때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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