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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획사'프레임25'…PC통신 동호회 이끌며 신세대 홍보 원리 터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주말을 맞아 영화나 한편 보자고 마음을 먹어도 '후회없는 선택' 을 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잡지로 정보를 얻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지나간 신문의 영화란을 뒤져보는 것은 번거롭다.

어떻게 할까. PC통신 영화동호회 게시판을 들여다 보자. “꼭 보세요” “내 돈 돌리도 - ” 등의 글을 통해 회원들의 정보가 교환된다.

영화 관객의 다수가 통신에 능통한 대학생이나 20~30대 직장인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곳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지난달 간판을 내건 영화기획홍보사 '프레임25' . “영화의 '민심 (民心)' 은 우리 손안에 있다” 는 자신만만한 태도다.

그 자신감 뒤편에는 구성원 4명이 모두 PC통신 영화동호회의 전.현직 회장이라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수천명의 동호회원들과 대화를 나눠왔고 각종 행사도 기획해봤죠. 관객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대표 최연식 (26) 씨의 말이다.

하이텔 영화동호회 '시네마 천국' 과 영화시사 동호회 '시네드림' 회장을 역임한 그는 96년 국내 최초로 통신 동호회가 주최하는 '하이텔 영화제' 를 기획했던 인물. 또 기획을 담당하는 나우누리 '빛그림 시네마' 현 회장 조은성 (26) 씨는 EBS의 '시네마 천국' 구성작가로 활동 중이고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개발을 맡은 이진훈 (28) 씨와 홍보업무의 정재호 (27) 씨는 각각 유니텔 '시네시타' 1.2대 회장 출신이다.

이들은 기존의 기획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

그동안 수준이 높아진 관객의 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홍보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진훈씨의 얘기. “이젠 화려한 선전문구보다는 작품 이해에 초점을 맞춘 홍보가 필요합니다.

한국 영화를 상영할 경우 감독을 데려다 놓고 관객과의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등이 그 예입니다.”

회사명을 '프레임25' 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1초에 24개의 장면으로 구성됩니다.

여기까지는 제작자의 몫이죠. 그 다음, 즉 25번째 프레임은 영화를 올바로 알리는 마케팅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조은성씨의 설명이다.

이들은 특히 최근 젊은 관객들의 관심이 몰리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에 관심이 많다.

이러한 영화 이벤트는 무보수로 일할 용의가 있단다.

또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우리에겐 낯선 제3세계 영화를 발굴.소개하겠다는 포부도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서 호평을 받았던 태국영화 '댕버릴리와 일당들' 이 첫 홍보작이 된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회사를 열게 된 것도 돈에 대한 욕심이라기 보다는 영화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독립영화 지원운동' 등 동호회간 연대활동을 통해 가까운 사이였던 이들은 지난해 가을 한 모임에서 '전격 창업' 결정을 내렸다.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퇴직금과 저축한 돈을 모아 사무실을 얻었다.

컴퓨터.TV.비디오 등 사무집기는 집에서 쓰던 것으로 대체했다.

현재 이들은 영화 홍보 말고도 오는 4월 각 통신사 영화동호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네티즌 필름 페스티벌' 과 인터넷상의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IMF사태로 인한 영화계의 침체도 큰 걱정은 아니란다.

“처음엔 당황했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요. 영화계에서도 온갖 거품이 빠질테니 자금보다는 기획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으니 말이죠.”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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