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노사정]김대중당선자 '대타협 빅딜'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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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사정위원회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국정 구상.운영의 주체적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IMF한파라는 위기상황 속에서 불가능하게 보였던 쟁점들을 합의로 이끌어낸 협상력은 가공 (可恐) 할 만한 것이다.

노사정위의 향후 위상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나타난 金당선자의 관심도에서도 짐작된다.

노사정위가 파국의 고비를 맞을 때마다 金당선자는 한광옥 (韓光玉) 위원장에게 '지침' 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金당선자는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이나 전교조 인정 문제에 다른 정치지도자들보다 비교적 호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런 문제들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려고 시도했다면 보수층.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했을 것이다.

金당선자는 이런 난제들을 정리해고제 도입과 맞바꾸면서 마무리지었다.

金당선자는 이렇듯 앞으로도 장벽에 부닥칠 때마다 노사정위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金당선자의 '전가 (傳家) 의 보도 (寶刀)' 로 작동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여소야대 (與小野大) 국회를 돌파하는 유효한 수단도 되리라는 것이다. 노사정위의 합의를 '합일된 여론' 으로 포장, 밀어붙이면 다수 야당의 반발은 한계가 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밖에 재계 등을 설득.요리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노사정위는 이미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로서의 위상을 보장받았다.

중장기 과제로 넘긴 사안들의 처리를 위해 金당선자 취임 후에도 기능을 계속하게 돼있다.

기능과 위상을 확보한데다 金당선자의 신임까지 실려 있다는 얘기다.

金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은 "그때 그때의 경제 현안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구조조정문제와 국민 대화합 방안까지 마련하는 협의채널이 될 것" 이라고 예고했다.

노사정위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을 다루는 곳이 아님을 의미한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기업의 경영투명성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권 구조개혁 문제도 거론됐다는 것은 되새겨볼 대목이다.

노사정위가 계속 힘을 받을 경우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태풍의 눈' 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사정위의 기구와 조직은 정치환경은 다르지만 멕시코 모델이 밑그림이다.

우리처럼 환란 (換亂) 을 겪었던 멕시코는 80년대말부터 3자가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를 운영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구성체계는 현재의 전문.기초.본위원회의 3단계 형태가 유력하다.

노사정위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검토대상이다.

물론 노사정위는 설치과정에서부터 재경부.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의 관계설정 등 먼저 풀어야할 숙제들을 안고 있다.

노사정위의 '혁명 평의회' 적 위세에 대한 재계와 정치권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국가부도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 묶여 이번엔 제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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