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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철책 사이 평탄한 흙길 … 임진강 한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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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달 10일 오후 3시20분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임진각 팔각정 인근 민통선 철책 앞. 팔각정 인근에 있는 자유의 다리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과 함께 남북 포로교환이 이뤄진 곳으로 휴전선에서 7㎞ 떨어져 있다. 9월 민통선 안 자전거 길 개방을 앞두고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시민들이 사전 답사를 위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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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병 두 명이 철책 출입문을 열자 시민 60여 명이 자전거에 올라탄 뒤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나갔다. 난생 처음 민통선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 듯 들뜬 표정이었다. 운동복 차림에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심재인 파주 부시장이 자전거 행렬의 선두에 섰다. 이들을 시작으로 자전거가 통제선을 통과할 때마다 “우∼와”라는 탄성이 쏟아졌다. 일부는 한 손으로 자전거를 몰며 옆 사람과 손을 꼭 잡고 “야호”를 외쳤다. 이경복(54)씨는 “지난 10여 년간 자전거를 타고 안 가본 곳이 없었다. 민통선 안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전거 행렬은 팔각정을 출발해 임진강변 남쪽∼통일대교 남단을 거쳐 북단(왕복 4㎞)으로 향했다. 팔각정에서 통일대교 남단까지 1.3㎞ 구간은 곧게 뻗은 흙길이었다. 너비 4∼6m로 자전거 3대가 나란히 달려도 좁지 않았다. 오르막 내리막도 거의 없었다. 신선한 강바람까지 불었다.

자전거 길을 따라 흐르는 임진강, 수풀이 우거진 강 유역 야산 등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자전거 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주부 김윤희(41·파주시 문산읍)씨는 “이곳에서 자전거 타는 매력은 느림에 있다”며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가 무척 소중하게 다가온다”며 환하게 웃었다.

자전거 행렬이 통일대교 남단에 다다랐다. 통일대교는 임진각과 판문점을 연결하는 길이 0.7㎞, 폭 24m의 아스팔트로 돼 있다. 다리 가운데 차로에 군데군데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다리 아래 잔잔하게 흐르는 임진강 물줄기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반환점인 통일대교 북단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은 통일대교를 건넌 탓인지 곧바로 개성까지 내달리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전거를 돌려 출발지인 팔각정으로 향했다.

유재선(52·파주시 탄현면)씨는 “비록 45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 경기도와 파주시의 요청에 따라 민통선 안을 오후 3시20분부터 4시20분까지 1시간 개방했다.

민통선 개방에 맞춰 민통선 바깥 통일대교∼초평도∼임진각 왕복 24㎞의 자전거 길도 열린다.

내년 1월엔 통일대교 북단∼거곡리 독수리 월동지∼정동리 초소전망대 왕복 20㎞가 추가로 개방될 전망이다. 추가 개방 구간은 9월 개방된 구간을 지나 임진강변 북쪽인 정동리 초소전망대까지 가는 코스다. 경기도 김대호 교통개선과장은 “추가 개방 문제를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며 “내년 1월엔 민통선 개방 횟수와 시간, 인원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전거로 임진각까지 가려면 자동차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서울 시계인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임진각까지 한강변 49.5㎞ 구간의 자전거 도로는 2013년까지 추진된다.  

임진각=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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