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극단 최고봉 로열 내셔널 시어터 첫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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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영국 로열 내셔널 시어터 (RNT)가 2월11 - 20일 창단 22년만에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RNT는 비슷한 이름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RSC) 와 쌍벽을 이루는 영국 연극의 자존심이다.

공연작품도 다분이 셰익스피어 정통극단답다.

'햄릿' '리어왕' '맥베스' 와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중 하나인 '오셀로' 다.

'오셀로' 는 그 주인공의 비극성 측면에서 셰익스피어 비극 중 단연 '최고' 로 꼽히는 작품이다.

탈고시점이 1604년으로 추측되는 '오셀로' 는 한때 지중해의 중심 세력이었던 베니스와 사이프러스가 무대다.

이곳을 배경으로 흑인 (무어인) 이란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고 전쟁영웅이 된 오셀로와 그를 사랑해 결혼에 이르는 귀족출신 데스데모나, 둘 사이에 개입해 끝내 둘을 죽음으로 모는 '간계의 화신' 이아고 3인이 벌이는 증오와 질투의 일대 비극이다.

이 작품이 셰익스피어 비극 중 단연 '으뜸' 으로 꼽히는 데는 주인공 오셀로의 범인 (凡人) 적 풍모가 큰 몫을 한다.

햄릿이나 리어왕 등 '타고난 귀족' 과 달리 약점투성이의 평범한 인간 (오셀로) 이 군 고위직에 올랐다가 부하 (이아고) 의 배반으로 몰락하는 과정 속에 장정비절 (壯絶悲絶) 의 맛이 더하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의 연출자는 30대 중반의 샘 멘데스. 런던 웨스트엔드의 장기흥행 뮤지컬 '올리버' 의 연출자이기도 한 멘데스는 지난해 8월 이 작품을 오스트리아 찰스부르크 페스티벌에 첫선을 보였고, 곧바로 RNT 자체극장인 코테슬로 무대에 올려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한 '흥행사' 다.

데이비드 헤어우드 (오셀로).시몬 러셀 빌 (이아고).클레어 스키너 (데스데모나) 등 초연무대의 주인공들이 고스란히 내한, 모처럼 고품격의 셰익스피어 정통 비극을 선보인다.

단연 주목할 인물은 흑인 주인공 헤어우드. 영국에서조차 흑인이 무대에 본격 등장한 것은 1950년대로 극히 최근의 일이어서, 오셀로처럼 배타성과 편견을 극복하고 백인 주류무대에 우뚝 선 헤어우드의 연기는 자연스레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오셀로' 는 정통극을 추구한 내용과 달리 무대.의상.음악 등에서는 지극히 현대적인 '해석' 을 가미했다.

내한 전 공연 비디오를 관람한 결과, 간결한 무대장치와 상징성을 높인 의상, 타악과 전자음악이 어우러진 강렬한 음악은 독창성의 보고 (寶庫) 그 자체였다.

대사는 셰익스피어시대의 영어를 그대로 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로 자막처리한다.

RSC 등을 망라해 영국 최고 극단의 첫 내한공연이 될 이번 무대는 3억5천만원이 드는 큰 프로젝트 (예술의전당 초청) 였다.

때문에 IMF 한파로 '공연불발' 직전까지 갔으나 배우 개런티 등 2억원을 영국 문화원과 외무부가 공동부담하기로 해 어렵게 성사됐다.

공연시간은 오후7시 (11.12.13.18.20일).오후2시.7시 (14.17.19일) , 오후2시 (15일) , 16일 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 - 580 - 1234.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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