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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구조조정]8.물낭비…물생산 동력 유류비만 연간 1천 4백만달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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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구기동의 김영선주부 (38) 는 지난달부터 화장실변기에 물을 채운 1.5ℓ들이 페트병을 집어넣었다.

화장실을 한번 이용할때마다 무려 13ℓ의 물이 허비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한 번에 1.5ℓ만 절약돼도 우리 다섯식구의 씀씀이로는 하루에 대략 37ℓ가 넘게 절약될 수 있더라구요.” 그는 “알고보니 물이 곧 달러더라” 며 이웃에도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가정의 1인당 하루 물소비는 2백7ℓ. 1백32ℓ의 영국, 1백31ℓ의 독일등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선진국의 사용량보다 무려 60%가 많다.

그 결과 국내 연간 수돗물 총생산량은 58억t, 생산비용은 2조3천억원에 이른다.

물생산에 필요한 동력을 위해 수입하는 유류비만도 1천4백만달러를 헤아린다.

'물쓰듯 한다' 는 말을 만들어낸 이들답게 물을 단지 무한정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 낭비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발견된다.

수세식 화장실 용수로 1인당 하루 평균 57ℓ의 물을 하수구에 쏟아 부으면서도 벽돌 한 장 넣는 '절약정신' 은 이제 '골동품' 이 된지 오래. 절약은 커녕 수돗물을 틀어놓은채 세수하고 설겆이 하는 것이 다반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직원인 남편을 따라 런던.함부르크등 외국에서 10여년을 살다 온 주부 강미령 (4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씨는 “걸레 빨기가 힘들다고 걸레 몇장을 넣고 세탁기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싶었다” 고 말했다.

강씨는 수도꼭지를 호스에 연결해 길에서 자동차에 물세례를 퍼붓는 행위는 유럽에서는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독일의 경우 집을 지을때 목욕물, 세숫물등을 모아 화장실 용수로 쓰게끔 건축할 뿐 아니라 각 가정마다 빗물용 드럼통을 반드시 마련해 나무에 물을 주거나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세숫대가 붙은 변기통을 사용해 손 씻고 난 물을 변기용으로 활용하는 가정이 대부분인 것도 그들의 철저한 물절약 정신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조만간 신축및 공공건물에 절수용 양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 등이 마련될 것” 이라는 환경부 수도정책과 김동진사무관은 “물을 틀어놓지 않고 그릇에 받아서 설겆이를 하면 한번에 74ℓ, 컵에 물을 떠서 양치질을 하면 4.8ℓ의 물이 절약돼 국가적으로 각각 연간 2천80억원.4백36억원이 절약된다” 고 말했다.

수돗물을 절약할 경우 하천수질과 자연생태계보호및 에너지절약등의 부수효과도 크다.

김제남녹색연합사무처장은 “변기에 벽돌넣기, 수도꼭지에 절수기부착등을 행동에 옮긴후 매달 사용량을 비교해보는 수계부 (水計簿) 를 아이와 함께 써볼 것” 을 권한다.

김처장은 생활의 실천과 함께 “신축 건물이나 재건축을 할 때 상수가 하수구로 나가기 전 한번 걸러 허드렛물로 쓰게 하는 중수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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