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두 바퀴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골목범죄’ 동작 그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여기는 432번지. 수상한 차량이 있다.”

“빈집털이 신고가 들어왔던 지역이다. 꼼꼼하게 순찰하라.”

29일 오전 울산 중구의 한 주택가. 경찰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 차림에 산악용 자전거(MTB)를 탄 남성 세 명이 골목 안에 들어섰다. 이들은 간간이 자전거를 세우고 대문이 열려 있는지 점검했다. 불법 주차 차량이 보이면 PDA(휴대용 단말기)로 차적 조회를 했다. 이들은 30일 발대식을 하는 울산지방경찰청 ‘자전거 순찰대’ 대원들. 공식 출범을 앞두고 시범 순찰에 나선 것이다. 지방경찰청이 전담 대원을 뽑아 순찰대를 조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룡 경사(맨 오른쪽) 등 울산지방경찰청 자전거 순찰대원들이 순찰대 전용버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버스의 슬로건 ‘느린 순찰을 팝니다’는 주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제공]

순찰대원으로 선발된 이들은 모두 11명. 경찰 5명과 의경 6명이다. ▶방범 순찰 ▶행사 경비 ▶교통 관리 ▶집회 관리 등이 주요 역할이다. “생활 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울산경찰청이 자전거 순찰대를 출범시킨 취지다. 순찰차는 빠르지만 골목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살펴보기 어렵다. 도보 순찰을 병행하지만, 인력 투입에 비해 효용이 떨어진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보 순찰보다 다섯 배 정도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주민들의 생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전거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울산경찰청 박병국 차장은 “빈집털이·강도가 많은 취약 지역에 자전거 순찰대를 우선 투입할 계획”이라며 “홈페이지로 주민들의 ‘순찰 희망 지역’도 접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집회 관리에도 자전거 순찰대의 활약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전거가 시위대를 따라 움직이면 거부감 없이 폴리스라인(시위대와 일반인을 분리하는 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로 범인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철수 생활안전계장은 “주택가 뒷골목이나 차가 막히는 도심에선 자전거가 차보다 빠르다”며 “조용하게 범인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기동력이 뛰어난 27단 기어 MTB를 순찰용 자전거로 택한 것도 하루 40㎞ 이상 순찰과 범인 검거에 쓰인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2003년 영국 노스요크셔 경찰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순찰대의 검거 건수가 차량 순찰대보다 45% 많았다.

경찰 대원 5명은 9대 1의 경쟁을 통과한 철각(鐵脚)들이다. 지그재그 주행, 오르막길 주행 등을 통해 자전거 조작 기술과 다리 힘을 검증받았다. 순찰대장인 이승룡(40) 경사는 철인3종경기를 여러 차례 완주했다. 이 경사는 “대원 전원이 무술 유단자로 범인 검거 능력이 뛰어나다”고 전했다.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에 발맞춰 ‘녹색 치안’을 강화하고 있는 경찰청도 자전거 순찰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자전거 전용신호등 및 자전거 전용차로 도입 계획을 29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했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