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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미국 코미디영화 3편 개봉…표점·몸짓 연기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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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표정과 몸짓은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만국공통어. 가슴으로 다가오는 전달력이 말보다 훨씬 진할 수 있다.

특히 무성영화시대부터 몸짓으로 하는 개그와 익살의 전통이 강한 코미디영화에서 고무로 만든 가면같이 유연한 얼굴표정과 슬랩스틱은 국경을 뛰어넘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말하기도 귀찮고 웃음은 더더군다나 나오지 않는 요즘, 표정연기가 끝내주는 코미디 배우들이 펼치는 소동극에 빠져 잠시 세상사를 잊어보면 어떨까. 마침 우리의 우울한 심사를 알기라도 하듯 미국과 영국의 연기파 코미디배우들이 잇따라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그 대표주자가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안면근육 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국배우 로완 앳킨슨. 멍청하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심성으로 끊임없이 말썽을 피워대는 '미스터 빈' 이란 캐릭터로 찰리 채플린의 뒤를 이은 코미디의 천재란 평을 듣는 배우다.

TV시리즈로 유명한 '미스터 빈' 을 장편영화에 등장시킨 '빈' (Bean) 이 17일 개봉된다.

이에 앞서 미국 브로드웨이무대에서 코믹연기로 명성이 자자한 네이던 레인과 영국연극계의 코미디 배우 리 에반스가 새앙쥐 한 마리를 못잡아 온갖 띨띨한 해프닝을 벌이는 '마우스헌트' (Mousehunt:쥐잡기) 와 의식있는 감독.배우이면서도 가끔 멍청한 표정의 코믹연기 나들이로 팬들을 사로잡는 팀 로빈스가 출연하는 '낫싱 투 루즈' (Nothing to Lose:더 이상 잃을 것은 없다)가 10일 나란히 극장에 걸린다.

'빈' 은 세 작품 중에서 무성영화의 몸짓개그적인 요소가 제일 강하다.

미스터 빈은 말이 없는 캐릭터. 간혹 말을 하긴 하지만 어눌하기 그지없고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고뭉치다.

영화 '빈' 에서 미스터 빈은 영국 국립미술관 사상 최악의 직원. 경비원인 그는 매일 의자에 앉아 졸고, 참다못한 임원들이 그를 명예퇴직시킬 궁리를 한다.

회장의 막강한 신임을 얻고 있는 그를 쫓아내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가 걸작미술품을 사들여 대대적인 개관행사를 벌이는 미국 그리어슨 미술관에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사학가로 파견하는 것. '빈 박사' 로 인해 그리어슨 미술관은 일대 소동을 치른다.

끝이 살짝 올라간 코, 슬픈 듯 눈꼬리가 처진 커다란 눈의 로완 앳킨슨은 영화 속에선 멍청하지만 실제로는 토니 블레어 수상과 절친한 사이인 옥스포드대 출신 지성파 코미디언이다.

'마우스헌트' 는 영리한 쥐와 맞서는 어리석은 형제가 주인공.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유산으로 물려받은 고가 (古家) 를 처분하려다 터줏대감인 쥐에게 망신살만 뻗치는 형 역의 네이던 레인은 콧수염이 움직이는 풍부한 표정과 순발력 넘치는 연기로 실수연발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한편 '낫싱 투 루즈' 는 팀 로빈스가 '나쁜 녀석들' 의 흑인배우 마틴 로렌스와 짝을 이뤄 펼치는 버디무비. 잘 나가는 회사의 간부인 여피족 로빈스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후 실의에 빠져 세상에 거칠게 없어진 남자 역을 실감난 표정연기로 해낸다.

때로는 벽창호 같은 표정으로 넋나간 심정을 표현하는가 하면 머리에 붙은 거미를 떼기 위해 춤을 추다가 발에 불이 붙는 등 슬랩스틱 연기도 펼친다.

팀 로빈스의 '귀여운' 연기를 즐기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깔끔한 코미디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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