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를 수출한다]<중>달러 버는 토종 인테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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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집 치장 솜씨로도 달러를 벌 수 있다.

우리 생활속의 주거문화가 뒤늦게 나마 세계인의 가정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자기문화, 일본의 정원문화 수출등에 비하면 출발이 무척 늦은 셈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독특한 우리의 전통미에 대한 서양인의 반응이 좋아 희망적이다.

고유한 전통미를 생활소품에 접목해 유럽무대에 첫선을 보인 '메종 드 이영희' 는 인테리어 세계화의 선두주자격.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기본개념으로 하는 메종 드 이영희는 실크.면.아마.삼베등 전통 소재와 색동.조각보등의 기법을 이용한 침구세트.식탁보등의 생활소품을 디자인해 '우리 것' 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이 상품들은 96년 10월 미국 홈 컬렉션중 가장 큰 규모인 '뉴욕 홈 텍스타일쇼' 에서 침구부문 최고 신상품상을 받았으며, 97년 1월 프랑스 파리 '메종 &오브제' 에서도 베스트 컬렉션상을 수상, 외국에서 그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메종 드 이영희는 홈컬렉션 파리 매장을 열고 유럽가정을 파고드는 한편 작년 4월부터는 뉴욕의 최고급 홈인테리어 매장인 조이스와 헨리벤델 백화점등에도 진출,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유럽시장에서 세계적 가구업체들과 잇따라 상품계약을 맺는등 거센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구디자이너 오준식 (吳俊植.30) 씨는 국내 가구디자인 수출의 첨병. 95년 '파리사무용 가구전시회' 에서 '크레데 뉘앙' 이란 소파로 국제적인 주목을 끌었다.

그의 작품은 서구적 가구에 태극문양에서 따온 곡선미를 살린 것이 특징. '크레데뉘앙' 을 비롯해 그가 고안한 각종 가구들이 미국 모빌리에 인터내셔널.프랑스 스완사등에 의해 미국.유럽등 세계각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올해는 프랑스 가구회사 린느호세.이프홈등과 정원가구컬렉션 및 사무용가구 계약이 진행중이며 현재 프랑스 디자이너 아드리앙 가르데흐와 파리장식미술박물관의 실내디자인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해외진출도 활발하다.

액시스디자인이 지난해 중국 베이징 (北京) 의 모토롤라 아파트의 국제현상설계에 당선돼 아파트실내 및 환경디자인을 맡아 완성했다.

또 풍진ID.탑인터내셔널등 국내 다수의 인테리어 디자인업체가 베이징의 아랍뱅크.J네트웍. 자카르타.괌 하얏트호텔의 실내설계를 맡는등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국내 가구업계의 수출도 청신호. 한샘인테리어가 94년 뉴욕 맨해튼 직매장을 연 이후 지난해만 6백50만달러의 부엌가구를 수출했다.

올해에는 중국 베이징에 완성한 인테리어쇼룸을 바탕으로 토탈 인테리어수출에 주력할 계획. 또 보르네오가구도 지난해 미국.홍콩.필리핀등에 총 1천2백만달러의 가구를 수출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옛 멋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전통공예품의 해외진출은 아직도 답보상태. 나전칠기.도자기 등은 전통미나 기술적 측면에서 국제적 상품성을 지니고 있으나 정부의 체계적인 수출지원 프로그램이 전무하고 최근에는 중국재 등 수입공예품 유입으로 국내시장까지 잠식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 가구디자이너 오준식씨는 "동양적인 것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는 만큼 국제시장개척 가능성은 크다.

서구인들에게 아직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디자인수준이 알려지기만 하면 한국도 경쟁력 있는 인테리어 산업국가가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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