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혁속도 아직도 느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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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연말 국제통화기금 (IMF) 의 1백억달러 조기지원에 이어 외국 민간은행들의 단기외채 상환유예 결정이 있은 후 우리 주변에서는 다시 위기감이 풀어지고 개혁속도가 늦춰지는 감이 있는데 이래서는 결코 안된다.

당장 정부와 정치권이 IMF에 약속한 구조조정 관련법안의 처리를 대부분 2월 임시국회로 미루고 있다.

황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1월중 처리해도 외국의 추가금융지원과 투자재개가 될까 말까 한데 이렇게 한가하게 일을 처리해서는 안된다.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측도 벌써 외환 및 금융위기의 심각성보다 집권준비에 더 신경쓰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는 공식석상에서 올 1분기중 새로 상환해야 할 외채가 2백15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말 만기를 한 달 연장받은 것을 포함하면 당장 1월말까지 갚아야 할 총외채만 해도 엄청난 규모다.

한치도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물론 외국의 대형투자가들이 한국에의 투자재개를 선언하는가 하면 투자를 준비중이라는 고무적인 소식도 있다.

또한 金당선자측이나 정부도 나름대로 총력외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구조적 본질은 경제외교나 절약캠페인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IMF 파고 (波高) 를 넘는 유일한 길은 구멍이 나서 물이 새는 배에 임시로 판자를 대는 수리가 아니라 어떤 파도에도 견디는 새로운 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많은 기업이 문을 닫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이번에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면 외국은 영영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2월에 임시국회를 열어 통과시키기로 한 금융기관에 대한 고용조정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을 앞당겨야 한다.

2월까지 늦춰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필요하다면 실업지원을 위한 재원의 확충방안을 빨리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 부실금융기관 처리와 기업간 인수.합병 (M&A) 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도산3법의 통합, 회사법.공정거래법.외자도입법 및 외부감사법 등 실로 방대한 관련법의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각 당이 이미 2월중 처리에 합의했으니 앞당기는 것에 다시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도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집단소송제도나 적대적 M&A 허용 등 시행해야 할 것은 조기에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개혁속도가 늦춰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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