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신춘중앙문예]시조 심사평…2중구조속 현장감 생생히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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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중앙신춘문예 시조 응모작은 4백80여편, 그 가운데 본심에 오른 작품 수도 30여편에 이르렀다.

선자들은 먼저 오늘의 삶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풍경, 감성적인 표현법등을 종합적인 심사기준으로 정하였다.

재심한 결과 종심에 오른 작품은 다음 10편이었다.

윤영인의 '나무의 자구책 (自救策)' 과 정희경의 '종이학' 그리고 이형주의 '겨울나무' 등은 예리한 감수성으로 세태의 순수한 서정세계를 노래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그 정서가 너무 여리거나 관념적 표현이 섞여 빛을 바래고 있었다.

임세한의 '거룩한 작업' 과 이차남의 '겨울강가의 기억' 역시 세련된 표현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념과 주관성에 떨어져 감동적인 전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

백홍림의 '잡초' 는 실존의 의미를 형상화시킨 드물게 대하는 작품이었다.

“다 젖은 무릎을 펴며/힘들게 일어선다” 는 좋은 구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미부여에 치중되어 시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움을 남게 하였다.

최혜수의 '포장마차에서' 와 오종렬의 '로데오 거리의 환란' 은 시적공간이 다를 뿐 같은 시각에서 사물을 그려내고 있었다.

대상의 묘사가 그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면서도 “누구는 술을 마시고/누구는 눈물을 마시는” 이나 “상심한 언어들과 입자들의 잔흔이” 등과 같은 진부하고 생경한 시구들이 노출되어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양연주의 사설시조 '매기를 찾아서' 와 엄미경의 '신천리 (新川里) 풍경' 이었다.

시조의 장르적 특성은 짧은 형식과 시정신의 순수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설시조 또한 비평정신을 안으로 갖추고 있는 서민시가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터이다.

'매기를 찾아서' 는 4편의 평시조들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어 작자의 역량을 믿게 해 주었다.

그러나 중장에서 드러나야 할 강렬한 메시지가 없는 것이 약점이었다.

심사자들은 긴 시간의 검토끝에 우리 시대의 한 풍경을 시의 과제로 삼은 엄미경의 '신천리 풍경' 을 당선작으로 미는데 합의을 보았다.

부분적으로 시사성이 드러나는 약점은 있었으나 2중구조로 짜여진 복합적인 의미와 사실적인 표현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4편의 작품들도 수준작으로서 당선작으로 미는데 뒷받침해 주었음을 밝혀 둔다.

〈심사위원 : 김제현·윤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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