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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55인이 내다본 98증시…중앙일보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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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96년말에 실시된 본 설문조사에 응한 증시전문가들은 97년 종합주가지수 연중최고치로 낮게는 750에서 높게는 1, 200으로 평균 913을 제시해 투자자들을 꿈에 부풀게 했으나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6월17일 800의 문턱에서 좌절당한 후 잠깐의 숨고를 틈도 주지않았다.

날개잃은 추락 바로 그것이었다.

결국 종합지수는 376으로 폐장, 연초지수 대비 42% 하락했다.

지난 한햇동안 지구상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순서대로 메달을 수여한다면 한국은 태국.말레이시아에 이어 동메달감이었다.

98년은 호랑이띠해다.

흔히 호랑이로 비유되는 한국이 기를 펼 수 있을까. 요즘 분위기로는 도무지 그럴 것 같지 않다.

고생은 이제부터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도 주가가 오를 수 있을까. 이에 본사는 독자들의 새해 주식투자 설계에 도움을 주고자 증권업계 종사자들에게 98년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각 증권사 투자분석.조사팀장 18명, 지점장 15명, 투신사의 운용역 11명, 국내증권사 해외지점 및 외국증권사 서울지점의 조사책임자 11명등 총 55명이 참가했다.

□시장여건

변동폭 제한이 풀린 환율은 어디에서 안정을 찾고, 살인적인 고금리는 얼마동안 유지될지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라도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 정부가 어떤 비전으로 민심을 추스릴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이런 난처함을 피하려는듯 상당수 전문가들이 익명을 보장함에도 불구하고 본 설문조사에 답하기를 꺼렸다.

응답자의 74%가 98년의 주식시장 여건이 97년과 비교 최소한 비슷하거나 나아질 것으로 보았다.

증시여건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는 비율이 지난해 설문조사에 비해 다소 늘어난 (7%에서 11%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도 7%에서 26%로 증가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지수

55명이 예측한 98년 종합주가지수 최고치 예상 평균은 563으로 나타났다.

이는 97년 최고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실제로 올라만 준다면 97년말지수 376 대비 50% 투자수익률을 보장한다.

20%가 넘는 채권수익률과 비교해도 결코 나쁘지 않다.

최고치로 제시된 지수중 가장 낮은 수준이 450,가장 높은 수준은 850이었다.

빈도수로는 500 또는 550을 지목한 사람들이 많았다.

최고치 도달시기에 대해선 대다수가 (65%) 4분기를 지목했으나 3분기도 상당수 (24%)에 달했다.

55명중 4명이 1분기에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최저지수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98년 바닥이 300근처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았다.

최저치로 제시된 숫자들의 평균값도 이 수준이었다.

97년중 최저점이 350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발생할 손실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250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55명중 18명) 한편 최저치에 도달할 시기에 대해선 최고치 전망과 정반대로 대부분이 1분기 (46명) 또는 2분기 (8명)가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저지수 도달시기를 4분기로 응답한 전문가 (1명) 는 새해도 97년과 비슷하게 1분기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는 셈이다.

최고.최저치 응답을 단순 평균하면 432로 97년말 대비 15% 상승한 수준이다.

요약하면 98년은 97년에 비해 증시여건이 호전되는 것에 힘입어 종합지수 300을 바닥으로 최고 50% 수익률을 내다볼 수 있겠다.

□주요好材

98년 주가를 견인할 요인으로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확대' 라는 의견이 1위 (22%) 로 떠올랐다.

여기엔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 (M&A)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포함돼 있다.

주가 절대 저평가 (21%) , 환율 하향안정 (18%) , 국제수지호전 (15%) 이 그 뒤를 이었다.

그외 새 대통령의 리더쉽에 의한 당면한 위기 극복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았다.

요컨대 주가가 떨어질대로 떨어졌으니 탄탄한 매수세력만 형성되면 주가는 상승기조를 탈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촉매 역할은 외국인투자가들이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 대통령이 방향을 잡고 환율안정, 국제수지 호전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주가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주요惡材

55명의 전문가들은 98년 주가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기업의 연쇄 부도와 그에 따른 실업의 만연 (33%) 그리고 고물가.고금리 (33%) 를 꼽았다.

뿌리를 캐보면 같다고 볼 수 있는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수익성저하 (25%)에도 큰 반응을 보였다.

결국 한국이 처한 위기상황이 주가 상승을 억누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위기가 언제 끝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빨라도 새해 상반기중엔 외환수급상 계속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이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출범을 전후로 해외에서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환율이 안정된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입질을 시작할 것이다.

이것은 만사가 순조롭게 풀릴 경우 전개될 시나리오다.

주가에는 1분기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주요테마

증시에서 '테마' 는 투자자들이 솔깃해 할 '이야기거리' 를 말한다.

98년에 투자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이야기거리로 어떤 것이 있을까. 절대다수의 전문가들이 M&A과 구조조정을 꼽았다.

그리고 금융이 세번째 유망한 테마로 떠올랐다.

이 셋은 표현은 다르지만 사실은 한가지 현상을 나타내고 있지 않을까. M&A를 가정하지 않은 구조조정은 완전할 수 없고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업종을 고르라고 한다면 금융업이 단연 첫번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PCS사업을 염두에 둔 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정보통신을 지목한 것처럼 새해엔 구조조정을 좇아다닐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블루칩이나 자산주, 환경관련 재료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유망업종.종목

97년중 연초대비 지수가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업종은 철강.전기전자였다.

98년은 어느 업종이 유망할까.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금융이 단연 1위에 올랐다.

금융중에서도 은행이 돋보였다.

우량은행으로 불리는 국민은행, 외국인매수대상 1호인 제일은행을 비롯 총 8개의 은행이 지명됐다.

보험도 인기업종으로 들먹여졌다.

다음은 정보통신으로 LG정보통신과 데이콤이 부상했다.

정보통신을 계속적으로 성장산업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기 3위는 전기전자로 7명의 추천을 받은 LG전자가 업종내 가장 인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이 유망업종으로 선정된 것은 환차손이 작고 수출물량이 확보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우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이 각각 5명, 4명의 추천을 받았다.

기타 제약, 무역.수출관련 종목들과 건설을 추천한 전문가들도 꽤 있었다.

추천을 받은 종목은 총 84개였다.

전문가마다 좋아하는 종목이 따로 있다는 속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동시에 초점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종목선택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서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LG그룹 계열사가 6개 추천됐다는 사실이다.

이런 집중 현상은 본 설문조사가 시작된 94년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 위기를 가장 잘 넘길 수 있는 그룹이라고 평가한 때문일까.

□개선과제

주식시장 발전을 위해 새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는 어떤 것일까. 예상한대로 지난해와는 다른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지난해 전문가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시장내부의 수급불균형에 있었다.

주가가 좀 오를라 치면 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공급물량의 억제' '일반인의 투자수요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아우성이었다.

올해의 최대 관심사는 투명경영 확립에 있었다.

기업회계기존을 국제수준으로 높이고 공시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또 일반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소수주주권의 보호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가를 염려하되 시장적인 접근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성숙한 탓일까. M&A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풀어라고 주장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아직도 경영권보호에 집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IMF시대' 의 영향일까. 마지막으로 기관투자가들을 육성하되 그들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막는 일체의 굴레를 벗겨주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로서 당연히 주장할 만한 것들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이런 시장의 기대를 조금이라도 감안한다면 새해 증시는 최소한 제도적으로 문제될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종 합

98년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한마디로 '바닥에서의 절망적인 기대' 로 요약할 수 있다.

현실은 기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국가부도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십년내 최대의 폭락을 맛본 투자자들의 심리는 최악의 수준이다.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무언가 난국을 헤쳐나갈 묘안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가 유망 테마.업종.종목선정에 그대로 나타났다.

시급한 구조조정에 편승해야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연말로 다가가면서 잘하면 50%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지 모른다.

응답자들은 경영이 투명해야 하고 M&A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없애라고 주문했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결정에 부당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들도 풀어라고 주문했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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