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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이웃에 보금자리 제공 12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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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부끄럽기 그지없죠. 저보다 나은 일을 하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을 돕는 게 소명이라 생각해야죠.”

22일 낮 12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2층 오키드 룸에서 열린 ‘제9회 우정(牛汀·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아호) 선행상’ 대상을 받은 박훈(69) 목사의 수상 소감은 짧고 명확했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左)이 박훈 목사에게 우정선행상 대상을 시상한 뒤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코오롱 제공]


충남도청 공무원으로 21년 10개월 근무하다 1998년 퇴직한 그는 퇴직금을 털어 대전 용두동에 건강원이 딸린 집 한 채를 마련했다. 그는 이 집에 ‘베다니의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다니는 예수님이 밤에 기도하던 감람산 근처의 마을 이름이다. 그리곤 당시 자신이 장로로 일하던 교회를 통해 알게 된 가출 청소년, 노숙인, 알코올 중독자, 이혼 가정 자녀, 독거 노인 등을 한 명씩 불러들였다. 그와 부인 최연식(67)씨는 이렇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을 새 식구로 받아들였다. “여생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으려고 시작한 일입니다. 처음엔 사람들끼리 폭행도 많았고,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숨을 거둔 사람도 있었었죠.”

2004년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된 그는 현재 18명의 새 식구와 함께 지내고 있다. 지난 11년 동안 이 집을 거쳐 사회로 복귀한 사람이 12명. “알코올 중독자로 들어와 중독자를 치료하는 강사가 된 사람도 있어요. 노숙인으로 들어와 전기기술 자격증을 따 직장을 얻은 사람도 있고요.”

아쉬움도 있다. “10년만 더 일찍 봉사를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박 목사는 상금으로 받은 돈 2000만원으로 집 단장을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외부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건강원을 운영하면 번 돈으로만 생활해 온 터라 집 이곳저곳을 수리해야할 데가 많다고 한다.

그가 받은 우정선행상은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난과 실업 등으로 어두워져가는 사회에서 미담을 찾아내 세상에 따뜻함과 희망을 전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코오롱그룹의 비영리 재단법인인 오운문화재단이 주관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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