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6개월…알게 모르게 '만만디' 탈바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는 31일 자정으로 홍콩이 1백50여년만에 중국에 돌려진 뒤 만 6개월이 된다.

지난 6개월 동안 홍콩에선 정치분야를 제외하고 큰 변화는 없었다는 것이 홍콩주민들의 생각이다.

또 경제는 반환뒤 불어닥친 아시아 금융위기.조류독감과 함께 몰아닥친 관광객 감소 등으로 위기감이 돌고 있다.

6개월간의 '변화' 를 살펴본다.

프랑스 혈통이지만 국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인 프란츠 피에르 (40) . 영어강사로 홍콩서 생활한 지 4년째를 맞는 그는 라마섬의 집에서 통통배를 타고 일터인 홍콩섬 센트럴로 올때마다 아직 영국치하의 홍콩에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진다.

센트럴의 부두옆 우뚝 솟은 옛 영국해군본부인 웨일스왕자 빌딩이 아직도 영문이름 그대로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31일로 홍콩이 반환된 지 6개월을 맞는다.

하지만 피에르가 느끼는 것처럼 반환전의 홍콩과 반환후의 홍콩을 구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히 달라지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 (慢慢的)' 성격 만큼이나 느긋하기 한량없는 탓이다.

▶정치 = '정치는 쥐고 경제는 푼다' 는 중국의 홍콩통치 구상 그대로다.

홍콩정치판을 새로 짜는 작업이 중국 의도대로 한 치 오차없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 입법국 해체와 임시입법회를 통한 새 입법회 구성이다.

홍콩특구 정부는 민주파 인사들로부터 '현대판 장칭 (江靑)' 으로 불리는 판쉬리타 (范徐麗泰) 임시입법회 주석을 내세워 내년 5월 치러질 입법회 선거방안을 친중국 정당에 유리하도록 지난 9월 확정했다.

▶경제 = 뜻밖의 변수로 고전중이다.

반환 직후인 7월4일, 태국 바트화 위기로 시작된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지난 83년 이래 미국달러에 7.8대 1로 연계된 홍콩달러의 안정성 문제가 최대 관건이다.

국제투기자본은 홍콩달러가 과대 평가됐다며 8월과 10월 두차례 공략을 시도했다.

11월말 현재 무려 9백65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금리인상을 양축으로 투기자본을 물리쳤지만 8월초 1만6천포인트에 달했던 항셍 (恒生) 지수는 1만포인트를 지키기가 버겁고 부동산은 30%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주요 수입원이었던 관광객이 반환후 급격히 감소한 것도 큰 타격이다.

홍콩의 5천개 패스트 푸드점중 5분의1가량인 1천개가 내년중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 주권이양전 우려했던 중국의 부패나 치안부재 등의 문화가 아직 피부에 와닿을 만큼 전염되지는 않았다.

홍콩의 공무원 제도가 건재한 탓이다.

외국인들은 다소 느슨해진 홍콩사회의 단면을 운전기사들에게서 찾는다.

영국 치하에선 노란불이 켜지면 일단 스톱이었다.

하지만 이젠 일단 통과하고 보는 운전기사들이 대부분이다.

▶언론 및 민주 = 반환과 더불어 소문의 진원지라고 불릴만큼 자유로웠던 홍콩언론의 자유에도 조종이 울리리라던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

적어도 반환 6개월인 현재까지는 그렇다.

반중국 신문인 빈과일보의 독설은 계속되고 있다.

쟁명 (爭鳴) 과 전초 (前哨) , 중국시대 (中國時代) 등 중국을 비난하기에 바쁜 월간시사지들 또한 홍콩시내의 가판대 한부분을 어엿이 차지하고 있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