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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에 새 생명을' 캠페인 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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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몽고군의 침략을 이겨내려는 고려인들의 뜻이 이와 같았을까. 7백여년이 흘러 정보화시대가 도래한 지금 팔만대장경에 전산화의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온 국민의 정성은 8만의 번뇌를 모두 아우르는 대승 (大乘) 의 결정 (結晶) 이었다.

중앙일보와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 종림스님)가 '팔만대장경에 새 생명을 - 21세기 디지털 팔만대장경을 만듭시다' 캠페인을 출범시킨 것은 지난 3월24일. 본사는 팔만대장경의 전산화가 단순히 한 연구기관의 작업이라기보다 전 국민이 참여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에 후원모집을 시작했다.

캠페인이 일단락된 12월말 현재 참여한 인원은 모두 3만8천여명. 답지한 후원금은 17억7천1백여만원. 국고지원 3억6천만원과 조계종에서 4천5백만원의 후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우리 손으로 가꿔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국민 개개인의 정성이 모아진 결과다.

연구소측이 후원금액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50만원에서 1백만원 이상을 후원한 경우도 있지만 1만원에서 10만원까지의 성금이 56%를 차지해 '티끌모아 태산' 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했다.

정성의 손길도 각계각층에서 이어졌다.

송월주 총무원장과 각 본말사의 스님등 불교계는 물론이고 천주교.기독교.원불교등 종교계 인사, 시인.미술가등 문화계 인사, 전현직 장관과 국회의원등을 비롯해 초등학생부터 팔순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성금이 답지했다.

민족적 사업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원의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부모형제의 건강을 기원하는데서부터 자식에게 남겨줄 가보, 실험용 쥐와 토끼를 위로하는 것등 여러 사연이 있었으나 무엇보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우리 스스로 지키고 가꾸겠다는 뜻이 가장 많았다.

종림스님은 "초기에는 주변에서 전산화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일이 힘들었다" 며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우리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국민적 사업으로 승화됐다" 고 말했다.

팔만대장경의 전산화 작업도 캠페인의 성원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96년1월 기초입력이 끝난 뒤 시작된 교정작업이 지난 11월말 1차로 완성됐다.

80여명의 전문 교정연구원들이 1년반 동안 입력오류와 이체자 (異體字) 를 가려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한자가 7만5천여종이나 발견됐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한자를 입력하기 위한 새로운 코드체계와 고려대장경 전용 워드프로세서의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5차에 걸쳐 진행될 교정작업을 위해 자동교정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이체자 자전도 편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표점작업.한글대장경 입력등이 99년까지 완성되면 오는 2000년에는 완벽한 검색기능을 구비한 한글.한문 통합 대장경 CD롬이 개발되고 인터넷에 대장경의 모든 것이 소개된다.

그러나 국가적 경제위기와 연구소 보유 시스템의 노후로 앞으로의 전산화 계획에는 많은 어려움이 놓여있다.

캠페인 기간중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성금이 줄어들자 한마음선원 대행스님이 부산대법회를 열어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종림스님은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성을 모아주신 분들의 뜻으로 어깨가 무겁다" 며 "올해 캠페인은 마무리지었지만 후원은 계속 기다리고 있으니 작은 정성이라도 지속적으로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 고 말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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