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급한 고용조정 불가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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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노총 지도부를 만나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리해고라 부르는 고용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노.사.정 협의회에서의 논의를 요청했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결국 일반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노조로서는 고용조정을 흔쾌하게 수용하기 쉽지 않겠지만 달리 선택의 길이 없다.

현재 정부.기업 및 노조가 결정할 일은 고용조정을 늦춰 모두 다 망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부분에 손을 대 미래를 기약하느냐뿐이다.

대통령당선자나 비상경제대책위원회 (비대위) 는 이 중 추가지원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당해부문의 고용조정을 먼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발등에 떨어진 불에 대한 당연한 대책이다.

이 문제는 사실상 우리 정부의 손을 떠난 것이다.

두 가지 방향에서 내년초 금융산업에서의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이다.

하나는 외국은행이나 국내기업이 인수합병 (M&A) 할 경우의 고용조정이다.

다른 하나는 감독기구가 부실금융기관의 폐쇄를 직접 명령할 권한을 주기 때문에 주로 부실종금사의 폐쇄로 고용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노조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산업에서의 고용조정은 불가피하다.

노조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전체 경제상황에 적응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노조로서는 고용조정 자체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방출인력의 재고용에 필요한 훈련이나 실업시 행해지는 단기간의 지원프로그램 내용을 놓고 정부나 기업과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경기후퇴로 일시해고하는 경우 경영진과 노조는 고용조정의 원칙, 즉 누가 먼저 일시해고되는가의 순서를 정하고 동시에 누가 먼저 재고용되는가도 협약으로 정해 놓는다.

우리도 차제에 이같이 새로운 협약문화를 만드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금융기관 외의 일반기업에 대한 고용조정은 경기후퇴가 심각해지면서 불가피한 현실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은 재정경제원과 노동부 사이에 과연 산업구조조정특별법을 통해 조기시행할 것인지 혹은 노사관계법 자체를 개정할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도 우선 금융산업에서의 고용조정 상황을 봐 가며 내년초에 시급히 매듭지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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