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비례대표 의원이 돈 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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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비례대표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 일부 당내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한다. 비례대표 후보 신청 때는 기탁금과 별도로 1500만원을 특별당비로 냈고, 후보로 결정된 후에는 당직자들에게 노란색 잠바를 돌렸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스럽다. 모처럼 뿌리를 내리는 선거풍토 정화작업에 흙탕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錢)국구'시비, 즉 비례대표 선정을 둘러싼 금품수수 관행이 아직도 척결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열린우리당은 자체조사에 착수하면서도 파장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례대표 선정이 돈으로 될 수 없는 문제"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우선 내용을 철저히 조사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일부 당내 인사들에게 영수증을 받지 않고 돈을 제공했다면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수량이 불명확한 잠바의 경우도 기부행위를 할 수 없는 비례대표 후보 신분으로 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제공한 금품의 규모와 출처를 밝혀야 한다. 돈을 제공한 대상이 한결같이 당내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실세들이란 점도 개운치 않다.

검찰이 사실관계를 조사한다고 하니 곧 진상이 드러나겠지만 열린우리당은 먼저 당 차원에서 진상을 파악해 국민 앞에 고백해야 한다. 그것이 입만 열면 정치개혁을 부르짖은 열린우리당이 도덕성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특별당비도 마찬가지다. 특별당비는 불법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수사대상이 안 된다. 하지만 수사하지 않는다고 과거 공천헌금의 폐해를 보아온 국민의 의혹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비례대표들이 누구는 내고 누구는 내지 않았다니 그 기준이 뭔지도 모호하다.

4.15 총선 후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됐거나 조사받는 의원들은 수십명에 이른다. 이들 중 장 의원보다 경미한 사안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이번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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