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칩거 깬 손학규 “워낙 민주당이 어려워서 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4·29 재·보선을 열흘 앞둔 19일 오전 인천시 산곡동 시장 주변에서 부평을 지원 유세에 나선 손학규 전대표(右·인물정보 보기)가 정세균 대표(左·인물정보 보기)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민주당의 전신) 대표가 19일 4·29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 유세를 시작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7월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강원도의 한 농가에 칩거한 지 9개월 만이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수유리 4·19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부평의 산곡동 성당을 찾았다. 그을린 피부에 밝은 하늘색 셔츠, 감색 재킷 차림이었다. 그가 잠시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사니 민주당을 살려 달라고 부평 주민에게 호소하러 왔다.”

-정계 복귀인가.

“워낙 민주당이 어려워 온 것이지 나 자신은 공부할 게 많다.”

-정동영 전 장관은 어떻게 보나.

“말을 아껴야지. 당이 단결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때 국민이 야당에 희망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이후 성당 앞의 행상들에게 다가가 “나 때문에 (기자들이 몰려) 장사를 못하게 해 죄송하다”며 사과와 콩을 샀다. 또 인근 상점에 들어가 “물건 잘 팔리나” 등을 묻고,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주민들에게 소주를 얻어 마셨다. 한 주민의 제안으로 길에서 나물을 파는 한 80세 노인에게 나물 전체를 사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오랜만이다” “팬인데 반갑다”며 사진 찍기를 청했다.

손 전 대표는 근처에서 유세하던 정세균 대표와도 만났다. 정 대표가 “감사하다”고 하자 손 전 대표는 “고맙긴. 당을 살리기 위해 정 대표가 애쓰고 있는데”라고 했다. 손 전 대표는 당직자가 민주당의 상징색인 밝은 연두색 점퍼를 건네주자 “내가 통합민주당 만들 때 정했던 색깔”이라며 흔쾌히 점퍼를 입었다. 그는 역시 거리 인사를 다니던 한나라당 정몽준·진수희 의원과 마주치자 짧은 인사를 나눴다. 이후 늦은 점심식사를 하는 그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더 쏟아졌다.

-주민들을 만난 소감은.

“이번 선거에서 부평을의 의미는 그래도 야당에게 희망을 갖느냐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갑게 맞아주시니 희망적이다.”

-당이 선대위원장을 제안했는데 평당원으로 오겠다고 한 이유는,

“근신하는 몸인데 자리를 받으면 적절치 않아서다.”

-선거 전략은.

“맨 일선의 일꾼으로 고개 숙이고 ‘잘 좀 봐 달라’ 하는 이상의 전략이 있겠나.”

손 전 대표는 이후에는 시흥시장 보궐선거 지원에도 나섰다. 시흥은 친구였던 고 제정구 전 의원이 철거민 정착촌을 일궜던 곳이다.

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