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통합민주당(민주당의 전신) 대표가 19일 4·29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 유세를 시작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7월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강원도의 한 농가에 칩거한 지 9개월 만이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수유리 4·19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부평의 산곡동 성당을 찾았다. 그을린 피부에 밝은 하늘색 셔츠, 감색 재킷 차림이었다. 그가 잠시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사니 민주당을 살려 달라고 부평 주민에게 호소하러 왔다.”
-정계 복귀인가.
“워낙 민주당이 어려워 온 것이지 나 자신은 공부할 게 많다.”
-정동영 전 장관은 어떻게 보나.
“말을 아껴야지. 당이 단결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때 국민이 야당에 희망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이후 성당 앞의 행상들에게 다가가 “나 때문에 (기자들이 몰려) 장사를 못하게 해 죄송하다”며 사과와 콩을 샀다. 또 인근 상점에 들어가 “물건 잘 팔리나” 등을 묻고,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주민들에게 소주를 얻어 마셨다. 한 주민의 제안으로 길에서 나물을 파는 한 80세 노인에게 나물 전체를 사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오랜만이다” “팬인데 반갑다”며 사진 찍기를 청했다.
손 전 대표는 근처에서 유세하던 정세균 대표와도 만났다. 정 대표가 “감사하다”고 하자 손 전 대표는 “고맙긴. 당을 살리기 위해 정 대표가 애쓰고 있는데”라고 했다. 손 전 대표는 당직자가 민주당의 상징색인 밝은 연두색 점퍼를 건네주자 “내가 통합민주당 만들 때 정했던 색깔”이라며 흔쾌히 점퍼를 입었다. 그는 역시 거리 인사를 다니던 한나라당 정몽준·진수희 의원과 마주치자 짧은 인사를 나눴다. 이후 늦은 점심식사를 하는 그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더 쏟아졌다.
-주민들을 만난 소감은.
“이번 선거에서 부평을의 의미는 그래도 야당에게 희망을 갖느냐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갑게 맞아주시니 희망적이다.”
-당이 선대위원장을 제안했는데 평당원으로 오겠다고 한 이유는,
“근신하는 몸인데 자리를 받으면 적절치 않아서다.”
-선거 전략은.
“맨 일선의 일꾼으로 고개 숙이고 ‘잘 좀 봐 달라’ 하는 이상의 전략이 있겠나.”
손 전 대표는 이후에는 시흥시장 보궐선거 지원에도 나섰다. 시흥은 친구였던 고 제정구 전 의원이 철거민 정착촌을 일궜던 곳이다.
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