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프레드 버그스텐 미국국제경제연구소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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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한국의 근본적 구조조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체계의 개혁이다.

한국은 회생 가망이 없는 몇몇 은행을 과감히 파산시켜야 한다.

나머지 은행에 대해서도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부실채권을 빠른 시일내에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자금투입도 필요하다.

한국은 필요이상으로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이루고 있다.

몇몇 족벌 경영집단과 공기업의 손에서 경제가 좌지우지되고 있어 하루빨리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의 신인도를 되찾는 것은 단기간내에 가능하지 않다.”

- 워싱턴 포스트지는 IMF가 한국에 지나친 긴축을 요구한 것이 길게 보아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현재의 위기는 거시적인 것이라기보다 구조적이고 미시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정책을 압박하는 IMF의 전통적 접근 방법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 위기와 한국의 위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측면이 많다.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재정체계 재조정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또다른 문제는 IMF의 능력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IMF는 세계은행 (IBRD).각국아시아개발은행 (ADB).전문가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 대만이 현재 경제위기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밝혔는데.

“대만은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방치해 위기확대를 초래했다.

대만은 그들의 경쟁력이 동남아 통화의 평가절하 때문에 떨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자국의 주식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방치한 것이다.

아다시피 대만은 홍콩에서 '1국가2체제'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과 그 모델을 대만에 확대하려는 중국을 두려워 하고 있다.

따라서 대만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홍콩에 압력을 가해 홍콩달러의 가치를 낮춘 뒤 홍콩의 과도기적 안정을 해치려 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 아시아 금융위기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 중국은 인근 국가들과 비교할 때 경제위기의 안전지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 역시 아시아국가들 못지 않은 (어쩌면 더 심각한) 구조적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처럼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장개방이 아직 덜 된 상태에서 경제기반을 건실히 다져놓아야 한다.

문제는 중국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경제구조의 건실화를 마무리지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 일본은 경상수지면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면서도 심각한 재정적자의 위험을 겪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문제는 일본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보이는데 일본은 어떤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까.

“사실 일본의 재정적자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다.

올해초 많은 사람들은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세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했는데 지금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정책관계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은 경기후퇴기에 있다.

일본의 경기침체는 일본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재정적자는 지속적인 저성장에 기인한다.

지금부터라도 성장촉진정책을 펼친다면 재정의 견실화와 함께 경기침체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미국도 지난 80년대와 90년대초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었지만 과감한 성장정책을 통해 수년만에 재정상태를 호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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