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 주가 어떻게 될까…암초 많아 낙관 힘들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추락하던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종합주가지수상으론 12일 350.68에서17일 418.49까지 단숨에 뛰어 올랐다.

주가 반등의 일등공신은 환율안정이다.

1달러당 1천7백원대까지 치솟았던 달러 값이 환율변동폭 제한이 폐지된 16일 한때 1천3백50원으로 하락했다가 17일 1천4백81원에서 안정을 찾았다.

이의 배경엔 투자심리의 안정이 있었다.

어떻게든 국가부도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이 퍼지면서 대선이후에 대한 희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 한국에 대한 지원을 예정보다 앞당길지 모른다는 언론보도가 큰 역할을 했다.

때마침 정부가 변동환율제를 내놓자 장롱속의 달러가 쏟아져 나왔다.

15, 16 이틀간 유입된 순수 일반인 보유달러는 1억5천만달러로 추정된다.

12일 발표된 금융권에 대한 11조원의 자금지원도 개인투자자에겐 솔깃한 얘기였다.

실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15일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는 각각 1백88억원과 5백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16일에도 50억원과 1천43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노련한 외국인.기관이 처분한 물량을 선거를 전후한 일시적인 반등을 겨냥한 개인투자자들이 받아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장세관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실제 IMF가 한국에 추가 지원을 하거나 지원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종국 (金鍾國)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선자가 결정되고 나면 IMF의 본격적인 목조르기가 시작될 것" 이라며 주가가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본다.

IMF가 또 서울.제일은행의 즉각적인 폐쇄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국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당선자와 김영삼 대통령간의 관계도 선거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중 하나다.

신성호 (申性浩)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본부팀장도 "지금으로선 그냥 지켜볼 뿐" 이라고 말한다.

"당장은 그럭저럭 넘어간다지만 내년은 또 어찌 될런지 누구도 말을 못하는 분위기" 라며 감추지 못한다.

내년 1월에 만기도래하는 외채규모가 최소 1백20억달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외채가 이미 알려진 2백억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국내 자금시장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 10일 종금사 추가 영업정지와 함께 만기를 연장해놓은 40조원의 기업어음 (CP) 이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연말에 회사채의 만기도래가 몰릴 것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증권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무기명장기채 발행.양도소득세 유예 등이 허용된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없다는 것도 불안요인이 된다.

결국 3고 (高) 현상 (고물가.고금리.고실업) 이 기다리고 있는 내년 봄이야말로 투자자에게는 가장 '잔인한' 계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가 누가 당선될 것인가 보다 당선자가 어떤 행보를 보일까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