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모병 겉과 속] '절반의 진실'만 알려주는 미군 모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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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 경기침체 장기화로 취업난을 겪거나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미군 입대를 희망하는 한인 학생들이 늘고 있다. 또 영주권 취득 등 신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인이 되려는 한인들도 상당수다.

미군은 모병제다. 희망자만 군대에 간다. 그러다보니 군 당국으로서는 입대 관심자를 실제 입대로 연결시키는 모병에 사활을 건다. 자연히 모병 과정에는 ‘사탕발림 유혹’도 끼여든다. 입대에 따른 혜택만을 강조하는 식으로 입대 희망자에게 ‘절반의 진실’만 알려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미군 모병 시스템의 이면을 들춰본다.

한인 대부분은 미국 군대에 대해 호의적이다. ‘끌려가는’ 징병제가 아니라 ‘뜻대로 가는’ 모병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군 경험을 한 중장년층은 미국 군대가 자유롭고, 월급이 많으며, 혜택도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고교 졸업자나 대학 재학 자녀를 둔 일부 부모의 경우 군대가 자녀들에게 안정된 삶을 시작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주택 구입시 저리 융자나 학비 혜택 등 베네핏이 좋기 때문이다.

초기 이민자들은 일하고 돈벌며 신분 해결과 특히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입대를 진지하게 고려한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모병 세일즈’는 한인들에게 잘 먹힌다.
국방부가 발표한 해외출생 군인통계에 따르면 미군에 자원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은 2005년말 현재 44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말 3602명 보다 23%가 증가한 수치다. 이중 절반이 넘는 수(2484명)가 육군이었으며 2008년말 현재에는 2820명으로 12%가 늘었다. 또 남가주 지역에서만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85명의 한인이 지원했다.

라틴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외국인이 입대 가능한 ‘매브니(MAVNI:국익필수요원 군입대) 프로그램’은 지난 2월 뉴욕에서 시범 운영된 이후 1차 선발된 80명 가운데 50명 가량이 한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입대자나 희망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모병관의 과장·허위 선전에 속아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도 발생한다.

‘매년 2만달러 보너스’와 ‘한국 근무 보장’의 말을 말을 듣고 입대했다가 이라크 전쟁에 바로 투입되거나, “전쟁과 관련 없는 보직을 연결시켜주겠다” “입대하기만 하면 장학금 혜택이 있다. 최고 7만달러까지 등록금을 보조한다”는 등 실제와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입대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입대하면 4년 이상 복무해야 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매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지만, 일부 모병관은 제한된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판단을 되레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모병관들 사이엔 ‘묻지않는 것은 대답하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있다. 이 불문율에 충실한 모병관을 만나게 되면, 입대 지원자는 ▷특별수당·보너스·베네핏을 얻기위한 까다로운 규정 ▷참전 여부 및 시기 ▷참전후 겪는 다양한 후유증 ▷보너스·인센티브 축소 ▷ 병과·근무지 선정 등을 알기 힘들다.

[미주중앙 : 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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