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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강력하게 해 향후 10년 성장 체질 다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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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위기 극복 이렇게 … 패널 토론회

“정부, 연구개발 지원 늘리고 법인세 획기적으로 낮춰야
지금은 신속히 재정 투입할 때”

‘시장이 조금 좋아진다고 위기가 물러간 게 아니다. 정부는 적극적인 위기극복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

위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위기 이후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16일 서강시장경제연구소 토론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서강의 제안’ 제2세션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 곽태원 서강대 교수,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권혁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이덕훈 서강대 교수,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박종근 기자]

사회를 맡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경기가 최근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원화 가치 하락 등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며 “강력한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향후 10년의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은 봄인데 진정한 봄(경제회복)이 왔는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며 “진짜 위기는 봄이 오는 모습을 보일 때이므로 균형 잡힌 정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토론 요지.

▶권혁세=최근 금융시장이 살아나면서 위기의식이 둔화된 것 같다. 구조조정의 고삐가 느슨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현상은 일시적이기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김종석=한국 경제는 무역과 자본의 자유화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성장전략 때문에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게 큰 문제다. 세계는 물론 한국 경제회복의 관건은 금융·실물 부문의 부실을 얼마나 빨리 털어내느냐에 달렸다.

▶이덕훈=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구제금융보다는 금융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선은 과도한 경기위축에 대응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안정화 기능을 강화하고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확충해야 한다.

▶김정수=구조조정은 민간 자율로 추진해야 효율적이다. 불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아직까진 민간의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할 명분은 없다. 구조조정 대상도 건설·해운 등 특정 부문을 지정해 추진하는 식보다 어느 부문이든 구조조정 압력을 시장에서 해결하게 해야 한다.

▶곽태원=기업의 구조조정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구조조정이 미온적 수준에 그치면 경제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원화 약세 덕을 보고 있는 일부 수출산업은 환율이 정상 수준이 된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또 연구개발 투자 지원을 늘리고 법인세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권혁세=회생 가능한 기업을 골라내는 것이 어렵지만 옥석을 가리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이덕훈=자생력을 상실한 기업은 구제하기보다는 퇴출시켜야 우리 경제가 체질을 강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비효율과 자원의 낭비를 막아야 위기에 대한 내성과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김정수=외환위기 때도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도 중소기업을 연명시켜주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 속에서는 일단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더라도,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기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곽태원=경기 저점 이전이나 저점에 가까운 시점에 강력한 부양책을 시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지금은 최악을 지났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재정 투입을 더 서둘러야 한다. 신속히 집행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재정을 투입할 때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투자를 늘리고 빈곤층 지원을 위한 임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종석=위기 극복 대책에는 유리한 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금융 개방으로 외국 자본이 우리 경제에 혼란을 초래했다 해서 외국 자본의 국내 진출입을 통제하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염태정·한애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기업이 끌고, 정부가 미는 수출드라이브 전략 필요”
박정수 교수 산업정책 제안

기업과 정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신개방 경제 정책’. 서강대 경제학부 박정수 교수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무역 및 산업정책’에서 내놓은 제안이다. 그는 “저성장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요약.

기업주도형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수출 기업에 필요한 유·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친화적인 행정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출 금융 및 수출 보증 지원 시스템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며, 외국인 직접투자를 잡아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투기자본에 대해서는 시장 교란과 첨단기술 유출 위험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규제와 통제가 필요하다.

또 효율과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친화적 산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완화에 주력하는 동시에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미래 지식기반 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자격제도와 같은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시장을 개방해 의료·교육·법률과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 시장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우선 살려야”
이인실 교수 복지정책 제안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기 극복을 위한 복지 재정정책’이란 발표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다음은 요약.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회복 속도가 더디다. 이에 따라 취업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번 경제위기로 적어도 32만 명 이상이 새로 위기계층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소득자는 실직 위험이 큰 데다 실직할 경우 비경제활동 인구가 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구축해 낙오되는 계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안전망을 개선해야 한다.

빈곤층으로 몰락할 위험에 처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고용정책도 펴야 한다. 전직 훈련과 취업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훈련기간에 생계를 보호해줄 수 있도록 직업능력 개발사업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층과 중고령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제도도 조정이 필요하다. 업종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차별화하거나 한시적으로 영세사업장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비정규직은 하나의 고용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 연한은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되 이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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