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선거개입 속셈 무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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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철만 되면 단골처럼 찾아 오는 불청객이 올해 또다시 찾아왔다.

북한이 국민회의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후보를 지원하는 인상을 주는 듯한 일들을 벌여 그에 대한 이른바 '색깔시비' 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불청객은 항상 선거 막바지에 불거져나와 분란을 일으키곤 해왔다.

그래서 김대중후보에 대한 '색깔시비' 가 날 때마다 그를 꺼리는 집권세력의 공작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곤 했다.

우리가 이 불청객을 경계하는 것은 정쟁적 차원 못지않게 논쟁 자체가 불필요하게 정치권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투표의 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우려 때문이다.

최근 金후보에 대한 색깔시비의 특징은 종래와는 전혀 양상이 달라 관심을 끈다.

92년 대선 때는 金후보가 관련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간첩사건을 발표해 정부기관에 의한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이 나왔던데 비해 올해는 다르다.

북한당국자들이 직접 金후보의 당선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적으로 보냄으로써 金후보에 대한 의구심보다 북한의 의도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 사례로 지난 8월 입북한 오익제 (吳益濟) 전 천도교 교령이 12, 13일 잇따라 평양방송을 통해 金후보가 자신의 월북에 영향을 준 듯이 말했다.

때를 같이 해 북한 천도교 청우당의 류미영과 조총련 대표를 지낸 사회민주당의 김병식이 방북 재미인사를 통해 金후보에게 대통령당선을 희망한다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

무언가 꿍꿍이 속이 있다는 투다.

이는 북한이 어느 특정후보의 당락에 대한 관심보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의 색깔논쟁 격화와 선거정국 교란을 부채질하기 위한 술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런 북한의 술책에 관해 그 저의를 밝혀 만의 하나라도 우리 국민이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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