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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온실가스 배출 쿼터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일본 교토 (京都)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국가이익과 인류의 장래가 맞붙은 한바탕 혈전 (血戰) 이었다.

엎치락뒤치락 폐막 당일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심야회담 끝에 얻은 결과는 앞으로 15년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90년 대비 평균 5.2% 줄이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 (EU) 8%, 미국 7%, 일본 6%, 기타 21개국이 2008~2012년까지 이와 비슷한 수준을 줄인다.

회의는처음부터 치열한 공방전 (攻防戰) 이었다.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경제위축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감축비율을 적게 받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인구에선 세계 전체의 4%에 불과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에선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공격의 타깃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완강히 저항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앨 고어 부통령은 '그린 맨' 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환경보호론자지만 미국의 국익 앞에선 양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수준에서 10% 줄일 경우 입을 경제적 손실은 3백2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회의가 결렬될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미국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온실가스 배출 쿼터제였다.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 배출량을 채우지 못한 다른 나라에 나머지를 넘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국내에서 발전소들간에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이온실가스 배출 쿼터를 사올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라는 달러가 부족한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이다.

대규모의 공업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쿼터를 많이 확보할 수 있지만 공장시설이 낡아 가동률이 낮기 때문에 나머지 쿼터를 다른 나라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론자들은 크게 반발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본래 목적이 국가간 상거래로 타락했으며, 새로운 형태의 남북문제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개별국가의 이익을 초월한 인류차원의 이타주의 (利他主義)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구는 점점 더워지는데 갈 길은 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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