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 Start] 월 1004원 '천사' 훈훈한 릴레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가난 대물림 끊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We Start(위 스타트)'운동본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30일 시작한 'We Start 성금 천사 캠페인'에 각계의 호응이 뜨겁다.

고사리 손으로 돼지저금통을 턴 초등학생에서 뭉칫돈을 낸 유명 인사, '1004원 내기' 운동에 참여한 직장인 등 정성을 모으는 데는 모두가 한마음이다. 이들은 "빈곤층 아이들의 복지.교육.건강을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돌보려면 우리 모두 나서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달 급여에서 1004원 이상씩을 떼어내 후원하는 '1인 1계좌 갖기 천사운동'에는 30일 하루동안 100여명이 1078계좌를 약정했다. 대전에서 사진재료업을 하는 김윤진(67)씨는 "가난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배우지도 못한 어린 시절의 아픔이 너무 컸었다"면서 100계좌(10만400원)를 보태기로 했다. 월급이 빠듯한 아파트 경비원 고천석(65.서울 송파구)씨도 매달 10계좌(1만40원)를 지원키로 했다.

'천사 릴레이'는 기업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마트 코리아는 전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참여의사를 확인해 이달 말부터 후원하기로 했다. 조흥은행 속초지점과 위생용기 업체 HCG코리아, 인터넷 업체 넷피아 등도 동참키로 했다.

한 통화에 2000원의 성금을 낼 수 있는 자동응답전화(ARS:060-705-2004)도 바삐 울렸다. 이날에만 전국에서 400여명이 '천사'가 됐다. 02-318-5004.

특별취재팀=양영유.황선윤.김정하.이철재 기자

[경찰청 바둑동호회] 바둑대회 상금 100만원 선뜻

경찰도 We Start 운동에 동참했다.

2001년 경찰관들의 친목과 정서 함양을 위해 만든 '경찰청 바둑 동호회'가 앞장섰다.

10여명으로 구성된 동호회는 앞으로 각종 바둑대회에서 입상할 경우 상금을 We Start 운동본부에 내기로 했다.

올 초 동호회장으로 뽑힌 송강호 본청 기획정보심의관이 "취미 생활도 좋지만 기왕이면 '바둑 사랑'이 '어린이 사랑'으로 이어지도록 하자"고 제안하자 회원들이 동의했다.

가난에 갇힌 아이들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 빈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We Start 운동의 취지에 공감해 이참에 '민중의 지팡이'에서 '배움의 등불'이 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그 첫 사업으로 동호회는 100만원을 빈곤층 아동돕기 기금으로 기탁했다.

얼마 전 제14회 중앙행정기관 바둑동호인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하면서 받은 상금 70만원에다 올 초부터 회원들이 조금씩 모아온 성금 30만원을 보탰다.

[사업가 변신 김영애씨] 밤 새워 일해 모은 5000만원 기탁

"아직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방치된 아이가 많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요."

중견 탤런트 김영애(53)씨가 30일 We Start 운동본부의 빈곤층 아동 지원 사업에 써 달라며 5000만원을 쾌척했다. 지난 3월 본지의 '가난에 갇힌 아이들'시리즈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뭉클하고 찡해 가난 대물림 끊기 운동에 꼭 정성을 보태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도 10여년간 아동 후원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늦둥이 첫 아들을 힘들게 낳고 기르면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때 '밥값 걱정을 할 정도로' 경제적 곤경에 빠지면서 후원을 중단해야 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김씨는 형편이 나아지면 꼭 다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김씨는 지금 탤런트라기보다 어엿한 비즈니스 우먼이다. 2001년 황토미용 용품 제조 업체인 ㈜황솔바이오(현 참토원)를 설립했고 올해 55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사업에 전념하려고 지난 5월 연기자 생활을 접었다.

"남들은 돈을 많이 번 줄 알지만 수익을 전부 재투자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모은 돈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아이들 돕는 일을 계속 미루다가는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았어요."

직접 은행에 가서 후원금을 내고 왔다는 김씨는 "CF나 연기활동이 아니라 몇년간 밤새워 일해 얻은 결실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 상쾌하다"고 말했다.

[대구 초등생 권휘준군] 월 2만원 용돈 쪼개 5계좌 약속

"친구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대구시 북구 복현동에 사는 권휘준(초등 6년)군은 가난한 친구들을 돕는 데 매달 5계좌씩(5020원) 보내기로 했다. 아버지 (41)와 함께 중앙일보를 읽은 뒤 아버지가 "휘준아, 너도 남을 도와 보렴"하고 권해 용기를 냈다.

권군은 "우리 주위에 가난한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신문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적으나마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 용돈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군은 아버지에게서 한달에 1만5000~2만원의 용돈을 받는다.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는 하루 1개씩 아이스크림만 사먹어도 모자라는 돈이다. 권군은 1학년 때부터 저축을 해 돼지저금통에 10여만원을 모았다. 설과 추석 때 친지들에게서 받은 돈은 별도의 저금통장에 넣어 관리할 정도로 알뜰하다.

권군은 평소 근검절약하기로 소문난 아버지에게서 절약정신을 배웠다. 권군의 아버지는 경북 봉화의 산골에서 어렵게 자란 뒤 자수성가해 직원 10여명의 컴퓨터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가난으로 공부를 못한 것이 아쉬워 야간에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수시로 봉사활동을 하고 한편으론 소년소녀가장 두명에게 계좌이체로 한달에 8만원을 보내고 있다. 이를 보며 자란 권군도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돕는 데 앞장서게 됐다.

태권도 사범이 돼서 약한 사람을 돕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권군은 "가난한 친구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에 많은 분들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