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 진보랑 보수랑] 영국 하원 만델슨 의원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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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델슨 하원의원(左)과 조인원 경희대 NGO 대학원장.

"낡은 우파, 낡은 좌파의 이념에 얽매이다가는 문명화된 시민사회를 이루지 못합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측근이자 '제3의 길' 사상의 이론가인 피터 만델슨 영국 하원의원. 그는 "좌파나 우파의 어느 한쪽 이념이 압도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도 올바른 사회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경희대 NGO 대학원의 특별강연과 조인원 NGO 대학원장과의 대담에서다. 그는 '신좌파'를 표방하는 영국 노동당 정권의 정책노선과 이념에 대한 태도를 설명했다.

좌파의 평등주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파가 강조하는 개인의 창의성과 시장의 번영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전통적인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훤칠한 키에 이지적 풍모의 만델슨 의원은 '시장의 역할'과 '공공적 통제'를 둘 다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명화된 사회를 이루려면 효율적인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존재해야 한다"며 "정책을 통한 적절한 통제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연설은 '문명화된 사회(Civil Society)'에 대한 정의에서 시작됐다. 그는 "빈민 등 소외계층을 사회 전체가 돕는 게 문명화된 사회의 요체"라며 "이는 한 나라에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델슨 의원은 이런 사회를 이루기 위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외된 계층을 효과적으로 도우려면 효율적인 시장경제를 통한 물질적 풍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남는 게 있어야 누구든 도울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전통적 좌파 정권의 폐해로 지적돼 온 복지국가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법을 강조했다. 만델슨 의원은 "좌우 이념을 극복한 '제3의 길' 방식의 새로운 복지국가 개념이 필요하다"며 "실업자들에게 그저 실업수당을 주는 것은 진정한 복지가 아니다. 실업자들에게 돈이 아니라 직업교육을 시킴으로써 일자리를 찾아주는 게 새로운 복지"라고 소개했다. 또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선 시장의 물질적 번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제3의 길'의 교육은 획일화된 노동력을 만드는 공장형 교육이어선 안 된다"며 "개인의 창의를 개발하고 특성에 맞추는 맞춤형 교육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레어 총리 친서 전달=만델슨 의원은 이번에도 블레어 총리가 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지난달 28일 청와대에 전달했다.

블레어 총리는 친서에서 김선일씨 피살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델슨 의원은 30일 오전 노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이날 오후 출국했다.

남정호 기자

◇피터 만델슨은=만델슨 의원은 ‘제3의 길’을 영국 노동당의 새 진로로 채택, ‘뉴 노동당’으로의 성공적 변신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블레어 총리의 집권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통상산업부 장관과 북아일랜드 담당장관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2월 블레어 총리의 개인특사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면담하기도 했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앤서니 기든스와 함께 제3의 길 사상의 이론가로 꼽히는 그는 ‘블레어 혁명(1996)’, ‘방송과 젊음(1980)’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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