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아빠, 술에 취해 너무 많은 얘기했다고 중앙일보 통화 뒤 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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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호씨의 부인 배정민(33·사진)씨는 “애기 아빠(노건호씨)가 그날 술에 취해 (중앙일보에) 너무 많은 얘기를 했다며 후회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7일(이하 현지시간) 휴대전화 통화에서 2007년 12월과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 퇴임 무렵에 베트남으로 박연차 회장을 찾아갔다고 털어놓았다. 스탠퍼드 MBA 동문인 호모(35)씨의 회사에 투자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씨는 10일 미국 샌디에이고의 집 현관 문을 사이에 두고 기자와 두 차례 통화했다. 그는 통화가 끝날 무렵 “우리는 죄인의 가족이 아니다”며 울먹였다. 배씨는 2002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에 노씨와 결혼했다. 농협 간부 출신인 그의 부친 배병렬씨는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에 농협 자회사 임원으로 발탁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음은 배씨와의 일문일답.

-남편이 박연차 회장이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의 실제 주인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나는 모른다. 애기 아빠가 (박 회장의 돈을) 안 받았다고 하니 그렇게 믿을 뿐이다.”

-유학 경비를 기업체에서 지원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모른다. 애기 아빠가 하는 일은 나는 모른다. 유학 경비 부분은 해명하고 싶다. 월세 3600달러 집으로 이사간 것은 MBA 과정을 마치고 회사(LG전자)에 복직하면 주재원 주택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무리해서 옮긴 것이다. 생활비는 친정에서 다소 도움을 받았다. 폴크스바겐 투아렉은 중고를 산 것이고, 그랜저는 친정 부모님이 국산차 사라며 돈을 보태줘 사게 됐다. 결코 호화 유학 생활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왜 박연차 회장을 만나러 갔는지 궁금하다.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애기 아빠가 그 인터뷰(본지와의 통화)하고 많이 후회했다. 그날 저녁에 애기 아빠가 회식을 하는 바람에 술에 취해서 너무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

“내가 얼마나 괴로울지 짐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죄인의 가족이 아니다. 애기 아빠가 죄를 지었다고 밝혀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노건호씨 극비 귀국=노건호씨는 12일 오전 9시10분 대검 중수부에 출석했다. 샌디에이고의 집을 나선 지 40여 시간 만이다. 일본 나리타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그는 집 근처인 샌디에이고공항이나 두세 시간 거리인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이용하지 않고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간 뒤 일본으로 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인근 공항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인천공항에서 노씨는 경찰 특공대의 삼엄한 호위 속에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에 올라탔다. 그 차는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가량으로 질주했다.

서울에 진입한 체어맨은 12일 오전 2시쯤 서울 도곡동 일방통행 도로로 진입했다. 차량 한 대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었다. 체어맨이 골목에서 급정거한 뒤 노씨는 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골목 입구에 미리 준비된 흰색 쏘나타 차량을 타고 사라졌다. 그는 몇 시간 뒤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취재진이 정문과 현관 등을 지키고 서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최선욱 기자, 샌디에이고=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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