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리포트] 무리한 운동으로 망가진 어깨 회전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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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지 않는 새를 어찌 새라고 할 수 있을까. 날갯짓을 가능케 하는 인체 부위가 바로 어깨다.

요즘 어깨 손상 환자가 크게 늘었다. 과거 같으면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오십견(동결견)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요금엔 회전근육이 파열하거나 마모된 환자들이 병원에 줄을 잇는다.

경희대병원 견관절클리닉 이용걸 교수가 1998년부터 올 2월까지 환자를 분석한 결과 동결견 환자는 10년간 매년 113명에서 280명으로 2.5배 는 데 비해 회전근개 파열 환자는 37명에서 364명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회전근개는 삼각근과 함께 팔을 올리거나 돌리는 근육 덩어리. 손상은 레저활동 인구의 증가와 비례한다. 충격에 의해 회전근육이 마모 또는 파열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 들어 운동을 시작할 경우 이미 퇴화기에 들어간 근육이 운동 강도를 버티지 못한다.

최근 어깨 통증과 ‘동작 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박모(68)씨가 대표적인 사례. 배드민턴으로 남부럽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던 그에게 무리한 스윙 동작 이후 기분 나쁜 통증이 찾아왔다. 휴식을 취했지만 통증이 악화돼 머리를 빗거나 세수조차 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진단 결과는 회전근개 파열. 특히 근육이 퇴화하고 말려들어가 관절경으로 찢은 부위를 봉합하는 것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이 교수는 “어깨 관절도 일종의 볼앤드소켓(ball and socket)처럼 생겼다”며 “파열된 근육을 방치하면 손상된 부위가 광범위하게 진행돼 결국 동작 기능이 완전히 소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장애가 올 때 마지막 수단이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이다. 역행성이란 말은 인체 관절과 반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망가진 회전근육을 포기하고, 삼각근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시술 성적은 만족스럽다. 이 교수는 “2년 전부터 20명에게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한 결과 삼각근 기능마저 소실된 1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130도 이상 팔을 들어 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가 좋다고 모든 회전근개 환자가 수술 대상은 아니다. 아직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이 교수는 “여러 번 어깨 수술을 했지만 팔을 못 올리는 경우, 사고나 골절로 회전근의 강직이 심한 경우, 고령으로 광범위하게 회전근이 파열된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찢어진 회전근개 질환은 초기에 관절경 수술로 봉합해야 한다. 입원도 일주일 내로 짧고, 퇴원 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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