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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라라'·할리우드 '저스틴'…가상캐릭터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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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라라 크로프트.29세.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연예인중 하나. 잡지 표지모델은 물론 록그룹 U2의 순회공연 참가.

유리스믹스의 전 기타리스트 데이브 스튜어트와 음반제작. 중국.티베트.이탈리아를 오가는 강행군에도 끄떡없는 철의 여인. 그렇다고 빡빡한 스케줄에 염증을 느끼고 잠적하는등 소란을 떨지도 않는다.

왜냐고? 라라는 컴퓨터그래픽이 만들어낸 '가상스타' 다.

실제인물이 아니란 말씀.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11월 출시된지 두달만에 50여만개가 팔려나간 영국 코어디자인사의 게임 '툼 레이더' 의 주인공이다.

몸에 착 달라붙는 톱에 초미니 반바지 차림.쌍권총 또는 기관총을 든 모습. 잽싸게 달리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그녀는 지난 10월 '타임 디지털' 에서 선정한 '사이버 엘리트 50걸' 에서 빌 게이츠.루퍼트 머독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가상스타' 는 이미 윌리엄 깁슨의 96년작 '아이도루 (Idoru)' 에서 예고편을 내보냈다.

유명 팝밴드의 리더가 전 (全) 일본이 열광하는 미모의 여가수 레이 토에이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선언한다.

사실 토에이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홀로그램이다.

SF소설이니까 여기까지는 끄덕끄덕. 그런데 불과 몇개월 후 '가상' 이 '실제' 가 됐다.

일본 전역을 강타한 '교코 다테 열풍' .열여덟살 앳띤 이 '디지털키드 (DK - 96)' 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가짜지만 히트곡도 내고 라디오프로 DJ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족사항.취미.장래희망등 너무나 구체적인 프로필이 그녀를 더욱 '인간답게' 한다.

이뿐인가.

얼마전 할리우드에는 저스틴이라는 디지털배우가 등장해 제작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섬세한 심리연기.스턴트맨이 필요한 위험연기.남들이 꺼려하는 에로연기등 척척 해내는 전천후 다목적 배우. 거기다 노 개런티. 이러다 진짜가 가짜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 본격화할는지도. 첨단컴퓨터기술이 매만진 완벽한 가상캐릭터에 매료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심상찮게 늘어가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진짜는커녕 가짜스타도 하나 못만들어 내고 뭘 하는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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