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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종반 악재터질까 조마조마…각당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선이 중반전을 넘어서면서 3당에 '악재 (惡材) 주의보' 가 발령됐다.

악재의 발생과정은 가지가지. 한나라당의 '파계승탈' 소동은 자살골이고, 국민회의 '오익제 편지' 건은 북한 개입 여부가 궁금하다.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의 입영기피 논란은 병역이란 가시에 찔릴대로 찔린 한나라당이 내놓은 반격의 물건. 원인과 전개과정이 어찌됐든 악재는 익은 벼이삭을 훔쳐가는 새떼와 같다.

수십표가 아쉬운 마당에 악재는 자칫 수천~수십만표를 앗아갈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각당은 이미 발생한 악재를 묽게 하기 위해 신속히 불교계에 사과 (한나라당) 하거나 용공음해 (국민회의) 라고 맞고함치고 있다.

국민신당도 병역의혹 싸움에 말려들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각당은 대선가도에 묻혀 있는 악재의 지뢰를 피하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파계승탈' 을 사용한 법정 홍보물로 불교계 일부의 거센 비난에 직면, 공식사과하는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가 된 홍보물은 '거짓말.속임수.경선불복…믿지못할 사람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기겠습니까?' 란 제목 아래 하회탈춤에 등장하는 파계승탈의 그림을 상징적으로 사용, 타후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6일 조계사에서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중앙승가대학생회등 13개 불교단체 대표들이 모여 성토집회를 가졌다.

한나라당은 7일 김태호 (金泰鎬) 사무총장 명의의 사과서한을 불교계 각 종단의 총무원장들에게 보냈다.

이회창후보도 직접 일부 종단 총무원장들에게 전화로 해명하는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金총장은 서한에서 "불교계를 비하할 의도가 결코 없었다" 며 "넓은 이해가 있기를 부탁한다" 고 사과했다.

7일에는 불교계에 인맥이 두터운 조순 (趙淳) 총재가 金총장과 함께 조계사의 송월주 (宋月珠) 총무원장을 면담했다.

趙총재 방문과정에서 당직자들과 이를 저지하는 승가대학생등간에 가벼운 몸싸움도 있었으나 趙총재는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린 뒤 "사죄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고 시종 고개를 수그렸다.

李후보는 7일 TV토론에서도 이 부분을 해명했다.

거대한 불자 (佛子) 표의 위력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즉각 "특정종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으로 불교신자.스님들에 대한 모독" (유종필 부대변인) 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국민신당도 "李후보는 총리시절에도 두차례에 걸쳐 조계종 개혁집회에 공권력을 투입, 불교계의 격렬한 항의와 사과요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장신규 부대변인) 고 李후보와 불교계의 틈새 벌리기를 노렸다.

최훈 기자

<국민회의>

선거 때마다 돌출하는 북풍 (北風) 변수는 15대 대선도 비켜가지 않았다.

월북한 오익제 (吳益濟) 전 천도교교령이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후보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사건의 발단이 된 안기부의 편지 공개행위에 대해 '김대중후보 떨어뜨리기' 라는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吳씨가 金후보에게 편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지난 5일 처음 공개한 안기부는 6일 편지 전문까지 공개했다.

그리고 "吳씨가 편지에서 월북전 金후보와의 전화통화 사실과 정치적 연분을 주장한 뒤 지원하겠다는 내용등을 적고 있다" 며 이에 대한 국민회의측의 소명을 요구했다.

국민회의측은 "안기부가 야당후보에 대한 음해행위에 가담하고 있다" 고 비난하면서 편지 발견과 안기부의 수사 착수 경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긴급히 만든 북풍대책비상기획위는 "안기부가 지난 1일 편지 내용물과 봉투 사본을 우리 당 소속 천용택 (千容宅) 의원에게 전달해 왔다" 며 "그런데 나흘이나 지난 뒤 이를 유출하며 목동국제우편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고 의혹을 제기했다.

千의원은 "당시 이 편지를 공개하지 말고 경위와 배후부터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안기부측에 전달했다" 고 밝혔다.

반면 안기부측은 "지난 2일 국민회의 千의원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냈으나 응답이 없어 5일 영장청구를 하면서 언론에 공개된 것" 이라고 반박했다.

국민회의는 북한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는등 이 문제를 정면돌파할 태세다.

김종필 (金鍾泌) 공동선대회의의장은 "吳씨 편지사건은 대선정국에 엉뚱한 파문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대남 공작문건" 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朴智元) 총재특보도 "북한은 남한에 견고한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며 "그런 점에서 김대중후보의 당선을 방해하려는 북한의 공작" 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편지의 발송지가 평양이라면 비록 수신인이 金후보라 하더라도 안기부에 포착된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 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이 편지를 보내온 것은 결과적으로 선거전을 교란시키려는 치밀한 공작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공작과 안기부의 金후보 떨어뜨리기 의도가 결합된 '작품' 이라는 게 국민회의 주장의 골자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 공방에 끼어들면서 편지 소동은 정치권으로 비화했다.

한나라당은 7일 성명에서 "국민회의가 吳씨 편지사건을 안기부의 용공음해 공작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상투적 수법" 이라며 "金후보는 월북한 吳씨와의 관계를 국민 앞에 밝히라" 고 촉구했다.

맹형규 (孟亨奎) 대변인은 "김대중후보는 어떤 이유로 오익제씨와의 관계를 숨기려 했는지와 왜 거짓말을 했는지를 국민 앞에 밝히라" 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국민신당>

한나라당이 이회창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으로 몰렸던 수세에서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의 입영기피 의혹을 폭로, 공세에 나서 두 당의 공방전이 뜨겁다.

6일 이인제후보가 한때 병역을 기피했다고 주장하며 이인제후보의 병역기록을 공개했던 한나라당은 7일에도 맹렬한 선제공격을 가했다.

한나라당 맹형규 (孟亨奎) 대변인은 이인제후보에 대해 "자신의 수치스런 병역기피 사실을 감추고 이회창후보 자제의 신체적 결함에 의한 병역면제만을 문제삼는 것을 볼 때 국가원수 자질이 의문시된다" 고 비난했다.

孟대변인은 "70년대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인데 유독 이인제후보만이 생활고를 이유로 병역을 기피할 수 있다는 논거는 무엇이냐" 는등 이인제후보를 몰아붙이는 10가지를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신당 대변인단은 "이회창후보 아들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가리기 위한 유치한 음해" 라고 맞받아쳤다.

김충근 (金忠根) 대변인은 "몸무게는 한계체중을 줄이고, 키는 5㎝ 늘려 병역을 면제받은 차남 수연씨를 미국에 도피 유학시킨 이회창후보는 아들부터 국민 앞에 나서게 하라" 고 역공했다.

이인제후보는 병역기록에 72년 4월18일부터 74년 5월16일까지 입영기피로 쓰여진 것과 관련, "고시 공부를 하느라 입영통지서를 전달받지 못했으나 나중에 입영기피 사실을 알고 자신신고해 대전지검 강경지청으로부터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고 해명했다.

신당은 금명간 무혐의처리 기록을 공개할 방침이다.

국민회의 유종필 (柳鍾珌)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자기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찾고 있다" 며 "이회창식 병역기피는 특권층의 권력비리로 이인제식 입영기피와는 다르다" 고 논평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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