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익제편지 수사 협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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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월북한 오익제 (吳益濟) 씨가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놓고 안기부와 국민회의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대공수사기관과 후보진영간에 이런 유의 시비를 벌이는 것은 선거분위기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공방으로 인해 생기는 막연한 선입견이 특정후보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건을 조용히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

안기부가 이 편지를 발견해 처리한 과정에 특별한 하자를 발견하기 어렵다.

안기부의 발표에 따르면 편지를 발견한 뒤 이 편지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서면으로 수사상 필요한 사항을 국민회의측에 묻고 조작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적감정까지 했다.

국민회의가 제대로 수사협조만 했어도 문제가 공개적으로 불거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선거를 앞두고 용공조작이니, 북한에 이런 편지를 쓰도록 음모를 꾸몄다느니 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남북한이 공동으로 김대중후보를 흠집내려 한다는 식의 발언까지 하고 있다.

사실 국민회의 주장대로 金후보가 선거 때마다 소위 북풍이니, 색깔논쟁이니 해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국민회의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그런 피해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 내용을 들여다보면 金후보측이 그런 식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었다.

金후보가 정말로 북한 커넥션이 있다면 북한쪽에서 겉봉에 평양을 발신지로, 수신자를 김대중으로 명시해 편지를 보냈겠는가.

오히려 북한이 이런 편지를 띄워 우리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회의는 떳떳하게 안기부의 수사협조 요구에 응해 설명할 것은 하고 해명할 것은 하고 난뒤 국민들에게도 북한이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식으로 金후보를 골탕먹인다는 점을 이해시키면 될 일이었다.

국민회의는 음모니, 조작이니 하는 대응을 할수록 오히려 부작용만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 지금이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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