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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더 생겨, 자유경쟁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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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08면

8일 서울대 기초교육원 대형 강의실.
이수만(57·사진) SM엔터테인먼트 그룹 회장이 ‘이수만의 글로벌 전략: 한국 문화산업의 도전과 기획’이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 강연의 키워드는 ‘시장, 상품, 자본주의’였다. 이 말은 돌림노래처럼 여러 차례 반복됐다. ‘스타’라는 좋은 문화상품은 자본주의의 산물이고, 그런 상품의 종류와 가치도 결국 시장이 결정한다고 했다. 문화산업이야말로 자유시장경제에서 가장 아름답게 꽃필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문화산업 혁신’ 역설하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연예기획자로서 그의 성공은 철저한 시장 분석 덕분이었다. 가수 현진영과 댄스그룹 H.O.T가 히트를 친 것도 10대 청소년이 문화상품의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음을 일찌감치 간파한 게 주효했다.

‘10대의 우상(High-five Of Teenagers)’이란 컨셉트로 시작한 H.O.T는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韓流·Korean Wave)’를 만들어냈다. 2002년 중국 베이징에서 연 H.O.T 단독 콘서트는 의미가 컸다. 중국 청소년이 공연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진을 쳤고, 가방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다닐 정도로 한국 열풍이 불었다.

한류에 관한 언론 보도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해외에서의 성공을 ‘침략’이나 ‘공략’ 따위의 자극적인 표현으로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칫하면 역풍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반(反)한류 정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쌍방향 문화교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한류를 3단계로 구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1차 한류는 콘텐트 수출 위주였다. H.O.T 등의 해외 공연과 음반 판매를 떠올리면 된다. 2차 한류는 합작 형태다. 댄스그룹 슈퍼주니어에 중국인 멤버를 영입한 게 그런 예다. 그가 노리는 3차 한류는 조인트 벤처를 통한 완벽한 현지화다. 한국의 문화기술(CT)을 기반으로 중국인 스타를 직접 키우거나 중국 콘텐트를 직접 제작하는 단계까지 가자는 얘기다. “아시아 시장을 하나로 봐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나 유럽과 경쟁할 수 있다. 우리는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의 중심이다. 우리가 아시아 공동체를 만들고 주도해야 한다.”

그는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Culture First, Economy Next)’라고 강조했다. 문화가 먼저 떠야 경제적 부가가치도 생긴다는 얘기다. 한류 스타를 통해 아시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쓴소리도 했다. 특히 방송 광고시장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제작비의 원천인 광고비 단가를 묶어놓는 바람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지상파 방송이 더 생겨야 한다. 방송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때까지 더 생기고
그 안에서 자유경쟁을 해야 한다. 댄스가수만 생기는 것도 결국 방송 무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화려한 무대를 보여 줄 수 있는 댄스가수만 선호하는 거다.”

기획사와 전속 연예인 간의 소위 ‘노예계약’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기획사가 일확천금을 버는 것처럼 말들 하지만 스타를 만들기 위해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 자살 사건 관련) 언제나 일부 프로덕션은 문제였다. 악덕업자는 어디나 있는데 항상 싸잡아 비판한다. 잘된 사람 헐뜯으면서 속 시원해하는 유전자(DNA)는 바꿔야 한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적인 것을 너무 강조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우리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시장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것이다. ‘기무치’ 먹어 본 사람이 김치와 묵은지를 찾게 되는 것이지, 갑자기 묵은지부터 찾는 이는 없다. 성급하게 우격다짐으로 하지 않고, 조금씩 살금살금 시도하겠다.”

교육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 창조성을 강조해야 한다. 자유롭게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선택할 수 있고, 관심과 열정이 생긴다. 잭 웰치의 책을 읽는다고 열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집중할 수 있는 능력과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독창성 있는 프로듀서형 인재를 키울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목표는 사회 공헌이 아니라 이윤 추구에 있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해야 사회 공헌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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