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한테서 도시락을 받고 있는 영미(左).
학교 체육대회 때 반 대항 릴레이를 하다 동민이가 뒤처지는 바람에 지는 경우가 많다. 윗몸일으키기를 한 개도 못한다고 따돌림을 당한다. 친구가 없어 집에서 TV만 본다. 동민이의 집은 시장 통 골목 가게 2층에 있는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이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뱃일을 나갔다. 할머니·여동생(9)과 산다. 벽에 곰팡이가 펴 신문지로 땜질을 했다. 지난겨울에는 보일러 땔 돈이 없어 전기장판으로 살았다. 동민이 담임선생님은 “사내아이답지 않게 잘 운다.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혼자 공부할 때 안아주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미(11·여·가명·경기도 성남시)도 비만이다. 3년 전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살림에서 손을 놓았다. 구호단체에서 주는 도시락을 주로 먹는다. 어떨 때는 하루 세 끼 다 도시락으로 때운다. 저녁에 그걸로 양이 안 차 햇반과 라면을 또 먹는다. 명절 때 주민센터나 민간단체가 준 것들이다. 영미는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 엄마는 가끔 자장면과 피자를 시켜준다. 그러면 영미는 계속 긁으면서 먹는다. 구호단체 ‘기아대책’ 김기숙 사회복지사는 “ 안 된다고 얘기해 줘도 계속 인스턴트 음식을 찾는다”고 말했다.
빈곤아동, 과체중·빈혈 일반아동보다 훨씬 많아
11세 영미는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주민센터에서 배달하는 도시락이 주식이다. 이걸로 부족해 라면·자장면·햄버거를 먹는다. 비만에 아토피피부염·충치를 앓고 있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간다. [최승식 기자]
본지 의뢰로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신충호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부산·전북 지역아동센터 소속 초등학생 88명을 신체검사해 보니 31.8%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다. 나이와 성별이 같은 애들을 체질량지수(BMI·몸무게/키의 제곱) 기준으로 줄을 세웠을 때 BMI가 75~94%에 들면 과체중, 95% 이상이면 비만이다. 과체중과 비만은 서울 초등학생(12.9%)보다 높다.
열 명 중 한 명(10.2%)은 빈혈이었다. 흔히 빈혈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다. 그러나 조사 결과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 많았다. 서울 초등학생의 빈혈 비율은 1.57%다.
농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북 완주군 화산지역아동센터 오미숙 대표는 “‘농촌 애들은 밥은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뿐더러 챙겨 먹더라도 영양 잡힌 식사가 드물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신충호 교수
“제때, 골고루 식사하는 습관 누군가 가르쳐야”
-빈혈 증세를 보이는 빈곤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훨씬 많다.
“빈혈은 철분 부족 때문에 생긴다. 편식 등 부적절한 식습관이 원인이다. 끼니는 거르지 않더라도 평소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면 빈혈이 생긴다.”
-어린이인데도 고콜레스테롤 혈증과 간 기능 이상이 있는 아이가 4.6%가 나왔다.
“이번 검사에서는 부모의 병력을 확인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다. 유전적인 요소가 분명 작용하겠지만 콜레스테롤의 경우 비만과 상관관계가 높다.”
-빈곤아동의 비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교육과 관심이 중요하다. 빈곤아동들은 부모한테 밥상머리에 앉아 배워야 할 것을 못 배운다. 학교에서라도 제때, 골고루, 적당히 먹는 식습관을 가르쳐야 한다.”
특별취재팀=안혜리·김기환·김효은·이승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