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대학교육 정상화위해선 합격자 선정방식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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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라 경제가 엉망인 가운데 최근 대입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국가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풍토를 보면 작금의 경제난 못지않게 앞날이 걱정된다.

일류대 입학이 교육의 지상목표인지라 수능시험 고득점을 위해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연습문제 풀이만 되풀이하는 것이 우리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당초 수능시험은 일종의 적성시험으로 미국에서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되는 SAT란 시험을 모방해 도입됐다.

그러나 수능시험은 본래의 이런 의도와는 달리 왜곡되고 있다.

국민들은 국민총생산 (GNP) 의 20%를 대학입시라는 '지상목표' 달성을 위해 사교육비로 쏟아붓고 있으며 입시생이 있는 집안은 큰소리 한번 못낼 만큼 정신적 압박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쳐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커녕 적당히 졸업장만 따는 풍토다.

미국의 대학은 SAT 점수를 기준으로 일정한 하한선만 넘으면 입학이 쉽다.

그러나 대학과정을 제대로 마치는 학생은 50% 안팎이다.

입학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 대학생들은 수학.과학 등 부문의 실력이 미국 대학 입학생보다 탁월하다.

그러나 졸업 때는 여지없이 역전되고 만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수한 입학생이 아니라 우수한 졸업생이다.

대학교육 및 졸업생의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나라의 경쟁력이 엉망일 것은 불문가지다.

한마디로 연간 20조원이란 엄청난 사교육비는 국가 발전에 아무런 공헌도 못하는 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아니 해악만 클 뿐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런 대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개선' 이라는 미명 아래 여러 차례 작업도 거쳤다.

그러나 수많은 개선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이제는 교육혁명이 필요한 때다.

혁명의 골자 가운데 하나는 수능점수에 따른 현재의 합격자 선정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수능은 학생의 수업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로만 이용하자. 대학에서 학생에 대한 실제 전형은 면접이나 각 과의 특성에 맡기자. 과의 정원도 자율로 정하도록 하자. 상시 입학.전학.편입의 길도 열어주자. 그러나 졸업만은 어렵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국가에서 전공별 학사인정 고시를 치르도록 하고 합격하는 사람에게만 학사모를 씌워주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합격하지 못한 사람은 수료증으로도 충분하다.

요컨대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누워 떡먹기인 현재의 입시제도를 완전히 거꾸로 바꿔 교육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이 없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성일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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