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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15대 대선…길거리 유세로 민심 낚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대선이 달라졌다.

15대 대선 선거전이 이전 대선과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양상은 무엇보다 유세를 들 수 있다.

과거 승패의 분수령으로까지 인식돼온 유세대결은 이제 흔적만 남은 상태다.

주된 이유는 청중동원의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까지 청중동원에 일당 4만원씩을 제공했던 대전의 모당 어떤 지구당은 이번엔 정당행사에 관광버스를 동원하지 않았고 그 대신 차비조로 5천원의 현금에 식사만 제공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여력마저 없는 당도 있다.

각당은 그래서 유권자를 찾아나서는 길거리유세로 선회했다.

소속의원이나 간부들 가운데 비교적 지명도가 높고 이미지가 괜찮은 사람들로 '유세별동대' 를 구성해 소형연단을 실은 트럭과 함께 다중이 모이는 장소를 돌고 있다.

'새물결유세단' 을 조직한 한나라당은 기존 3개로 나눴던 팀을 개편, 권역별로 수도권A.B.C, 중부권, 영남팀등 5개로 확대했다.

거리유세가 인기를 끌자 조순 (趙淳) 총재.한인옥 (韓仁玉.이회창후보부인) 여사등을 예비연설원으로 합류시키는등 거리유세에 총력을 쏟고 있다.

국민회의의 '캠프 파랑새' 유세단은 을지문덕. 광개토. 연개소문반으로 나눠 하루 10여차례 이상 유세를 펼치고 있다.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권 유권자와 중산층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김민석 (金民錫.국민회의) 의원은 "최대이슈가 된 경제문제를 직접 유권자들과 접촉하면서 설득하는 거리유세가 대규모 정당연설회보다 훨씬 효과적" 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도 청중은 수십명에서 많아야 수백여명 정도. 그나마 유세단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실제 청중수는 더 줄어든다.

한 관계자는 '물반 고기반' 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으로 청중동원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유세가 시들해진 것은 TV의 활발한 선거관련 방송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안방에서 후보활동을 낱낱이 지켜볼 수 있게 된 유권자가 유세장에 올 필요를 못느끼는 것이다.

변화의 물결은 득표전 최전방에 위치한 지구당에도 밀려온다.

청주지역의 한 지구당사무실은 중앙당에서 내려보낸 홍보물을, 그것도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활동의 전부다.

과거 홍보물과 함께 내려온 '배포비용' 이 끊긴 때문이다.

이 지구당의 사무장급 간부는 "후보나 직접 만나야 사람들이 반응을 보일까…. 눈이 높아져 웬만한 설득에는 관심도 없다" 고 말했다.

자연히 후보들의 관심은 미디어선거에 몰린다.

국민신당 이인제 (李仁濟) 후보는 일찌감치 어려운 경제난을 내세워 옥내 정당연설회 계획을 취소한 후 타당에 동참을 촉구했는데 다른 당도 결국 이를 따랐다.

국민회의 김대중 (金大中) 후보가 9차례의 대규모 정당연설회를 모두 취소한게 대표적 예다.

한나라당도 8개 권역별 필승전진대회를 취소했다.

대신 후보들은 1일 밤의 TV토론 준비를 위해 지난달 30일과 1일 이틀간의 일정을 사실상 취소하고 토론준비에 전념했다.

역시 전의 선거에선 볼 수 없던 일이다.

김교준.전영기.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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