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안…국익따라 입장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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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27일 폐막된 뱅쿠버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담은 "교토 (京都) 기후변화협약회의가 성과를 이룩하도록 강력히 지지한다" 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구체적인 삭감목표수치 합의에 실패한 데 따른 궁색한 수사 (修辭) 라고 볼 수도 있다.

총론에서는 전세계가 동의하는 지구온난화 방지문제도 각론에 들어가면 나라별로 입장이 제각각이다.

미국이 자국중심주의를 강하게 드러내는데 대해 개도국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어디까지나 선진국이지 않느냐는 기본적인 '억울함' 을 품고 있어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치목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 (EU) 의 대립이다.

미국은 오는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온실효과가스의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낮추자는 '0% 삭감안' 을 내놓았다.

삭감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나라가 여유있는 나라로부터 돈을 주고 배출권을 구입하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회의가 채택할 의정서에 한국.멕시코.브라질 등 선발개도국에 대한 삭감목표 부과를 명기할 것을 요구중이다.

EU는 이에 대해 오는 2010년 일률적으로 15%를 삭감 (90년대비) 하자는 보다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의정서 아닌 별도 결의문 형식으로 의무를 부과하자고 EU는 주장한다.

중국과 77개 개발도상국 (77그룹) 은 이번 회의가 우선 선진국에 대해서만 규제조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2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지만 경제발전 지속을 위해서라도 선진국과 똑같은 짐을 질 수 없다는 태도다.

의장국인 일본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원칙적으로 5%를 삭감한다는 방안을 갖고 미국과 유럽 양진영의 입장을 절충해 보겠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선발개도국에 대해서도 선진국들이 목표수치를 강제하지 말고 해당국이 국제사회에 자발적으로 목표를 공표한 뒤 스스로 실천하도록 요구하자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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