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엘니뇨가 엄습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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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태평양에 이상기후를 몰고 오는 엘니뇨 현상이 12월이면 극성기에 이른다.

한반도도 엘니뇨로부터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란 견해가 대두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 파장을 예의 분석해야 한다.

엘니뇨 현상은 해수 (海水) 온도의 이상 급상승을 가져 오고 무역풍의 풍향마저 바꾸는 이상 기후현상이다.

때문에 어떤 곳은 장마와 폭우, 어떤 곳은 가뭄과 냉해 등 종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이 나타난다.

벌써 지난 여름부터 남미 페루 등과 남서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는 엘니뇨 현상의 기습을 받아 농사를 망치고 적지 않은 인명피해까지 냈다.

이번 엘니뇨 현상은 내년 4~5월까지 계속되고 그 피해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것 같다는 경고가 있다.

엘니뇨 기상이변은 남태평양이나 호주.남미 일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 서부와 캐나다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심지어 러시아.유럽까지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이들 나라의 산업, 특히 수산업과 농림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

장기예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올 겨울에 이상난동과 이상한파가 교차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엘니뇨 기상이변이 몰고 올 국제 곡물시장의 동요와 그로 인한 식량 등 농작물의 수급비상이다.

가령 앞서 언급한 지역에 기상이변이 닥치면 남양군도의 목재, 페루의 멸치, 브라질의 커피, 미국.호주.캐나다 등의 쇠고기와 밀 등이 타격을 받는다.

쌀만 자급이 가능하지 그 이외의 모든 식량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엘니뇨 기상이변의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 설상가상으로 식량위기까지 닥치면 아마 그 혼란과 위기감의 증폭은 상상을 절 (絶) 할 것이다.

실물 확보가 중요한 것 같기는 하지만 누가 그 타이밍과 규모를 실수없이 판단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막연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사태의 진전을 지켜보고 최선을 다해 부정적 영향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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