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증만 더한 큰폭 경상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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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가 5년8개월 만에 최대라는데 왜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을까. 해답의 열쇠는 수출과 내수의 극심한 불균형이다. 수출 호황 역시 일부 대기업과 품목에 편중됐다.

그 결과 수출에서 번 돈이 경제 구석구석에 돌지 못하고 있다. 수출 호황이 국내의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끊긴 것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내놓은 '5월 중 국제수지동향'을 보면 언뜻 장밋빛 기대를 품을 만하다. 지난달 경상흑자(37억6000만달러)는 전달보다 세배 이상으로 늘어나 1998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흑자 전망을 150억달러로 잡았는데 반년 만에 거의 달성할 판이다. 기본적으로 수출이 잘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208억4000만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42%나 늘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 흑자는 38억달러에 달했다. 반면에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내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생산은 수출 호황 덕에 넉달째 두자릿수의 높은 신장세를 유지(13.5%)했다. 하지만 소비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고 투자 회복도 더뎌 수출.내수의 양극화가 더 심해진 모양새다.

소비지표인 도소매 판매를 보면 승용차.냉장고.에어컨.휘발유 등의 판매가 죽을 쑤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줄었다. 넉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설비투자는 두달 연속 내리막에선 벗어났지만 증가세(1.3%)가 미미하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휴대전화, 자동차 세 업종의 생산만 유독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수출과 내수를 통틀어 총체적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 동행지수는 지난달 99.7로 전달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두달째 내리막이다.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안팎으로 낮췄으나 최근 비관론이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홍승일.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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